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승자 독식 美 정치·금융자본 탐욕 해부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br>(제이콥 해커ㆍ폴 피어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지난해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 D.C.에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란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모였다. 월가(街)가 금융위기에 명백한 책임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 기대어 돈 잔치를 벌였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민들은 그곳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그리고 올해 미국 시위대의 구호는 '의회를 점령하라'(Occupy Congress)로 바뀌었다. 미국민들의 분노가 금융자본을 넘어 미국 정치권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의 모순이 정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국민들이 미국 정치 시스템 회복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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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승자 독식 시스템을 만들어낸 미국 정치권력과 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을 해부한다. 미국 예일대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교수인 저자는 지난 30년간 미국 정치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미국 정치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그동안 미국의 정치권력이 어떻게 거대 금융자본과 결탁해 승자 독식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그 과정을 확인해 나간다. 1993년 조지 부시 1세 행정부 시절 때의 금융 규제 완화 조치를 보자. 당시 상품선물거래 위원장이었던 웬디 그램은 자체 고안한 파생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고 몇 주 후 엔론사의 사외 이사로 자리를 옮겨 뒷거래 의혹을 낳았다. 2008년 집권한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도 월가를 겨냥해 금융 개혁안을 내놨지만 금융업계의 사업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조치들이 모두 빠져 이익 단체의 로비에 무릎을 꿇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저자들은 미국의 경제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2,000원.


정승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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