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조치 속에 담길 서울지역 학군 조정 방안은 사실 서울시교육청이 강남 집값 문제와는 별개로 접근해 온 사안이다. 그러나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교육청의 느긋했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시 교육청이 검토 중인 ‘선 복수지원ㆍ후 추첨배정’ 방식의 공동학군제는 현재 경복고와 이화여고, 용산고, 중앙고, 홍대부고, 풍문여고 등 시청 반경 5㎞ 이내와 용산구에 소재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일부 시행 중이다. 선복수 지원ㆍ후추첨 배정 대상 학교가 확대되면 고교간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게 교육청의 기본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는 강남 8학군을 공동학군으로 묶을 수 있는지 여부다. 공동학군제 실시에 따른 강남 학부모들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북학생에 밀려 강남학생이 오히려 강북학교로 쫓겨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5학년도 서울지역 선 복수지원ㆍ후 추첨제 대상 고교 가운데 51.7%의 학교가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공동학군제 확대가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11개 학군을 4~7개 단위로 크게 묶는 광역학군제의 경우 강남구와 가까운 동작구, 관악구 등이 강남학군으로 편입될 수 있어 비강남권 중학생이 강남권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런 학군 재편성으로 인한 강남북 학생간 통학문제 등 교육현장의 혼란은 시교육청이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선 복수지원, 후 추첨고교 대상지역인 공동학군을 확대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현재로서는 공동학군제의 확대 실시가 광역학군제보다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강남ㆍ북 균형발전 대책의 일환으로 학군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북지역 부동산 시장도 또한번 들썩일 조짐이다.
학군 조정 논의가 알려진 29일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강남 인접지역 주민들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중개업소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11개로 나뉜 서울시 학군이 절반 정도로 재편될 경우 강남 8학군과 묶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관악ㆍ동작ㆍ용산ㆍ성동ㆍ광진구 등이다.
특히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 방배동과 마주보고 있는 동작구 사당동 일대의 중개업소들은 집값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학군 문제가 이번에는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대를 걸었다.
사당동 삼성래미안 인근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학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집값이 1억원 이상 올랐다”며 “학군조정이 현실화되면 다른 호재들과 엮여 동반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아 인근 동아공인 관계자도 “방배동 서문여중ㆍ고를 코앞에 두고도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녀야 하는 등 학군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다”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민들이 거의 강남으로 옮겨 40대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여서 학군조정이 향후 시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청담대교 건너 삼성동과 마주보고 있는 광진구 자양동과 동호대교 북단의 성동구 옥수동 일대 단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뚝섬 서울숲과 서울시 U턴 프로젝트 등의 영향으로 꾸준한 강세를 보이는 데 더해 학군조정이라는 ‘선물’까지 가시화되면 강남과의 격차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