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경영활동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역시 '반기업 정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34%(17개사)는 반기업 정서가 현재 경영활동을 하는 데 최대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확산되면서 이들 매체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급속하게 퍼져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몇 년만 놓고 봐도 대형마트의 상생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갑을 논란' '땅콩회항' 사건까지 겹치면서 반기업 정서가 크게 퍼졌다"며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세금을 많이 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SNS를 통해 미확인 사실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데 이를 일일이 대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엔저 같은 환율 문제도 기업들이 걱정하는 요소였다. 경영 애로요인에 대한 질문에 응답 업체의 32%가 '엔저 등 환율'을 선택했다. 반기업 정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이 이를 골랐다.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 정부가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대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러시아 같은 신흥국의 환율도 불안정하다.
다음으로는 정부의 기업 압박을 꼽는 기업이 많았다. '임금인상 및 일자리 확대 요구'와 '검찰수사 등 사정 분위기'가 각각 8%였다. 임금과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업체들의 불만은 설문조사 결과보다 더 크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검찰수사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은 컸다. 검찰의 기업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 업체의 42%는 '투자심리 및 경영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했다. 실제 포스코 같은 업체는 대외활동은 물론이고 해외 영업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대외 신뢰도 하락 및 해외 수주 감소'를 우려한다는 대답도 30%에 달했다. 검찰이 대대적으로 기업 수사에 나서면 특정 기업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해당 업종에 있는 다른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거래처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소명을 요구해 난감한 상황이 적지 않다는 게 재계의 얘기다.
기업 수사와 기업의 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은 20%였으며 '기존 관행 및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응답도 8%나 나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검찰의 기업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며 "검찰이 최대한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