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냉각 직격탄 매출부진 신음

빨간불 켜진 美자동차업계 진단 일본제 자동차 판매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속에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난 9월 이후 자동차 판매가 냉각되고 있는데다 지금까지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면서 지출한 판촉비용이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킴에 따라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판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줄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1~2년 더 지속될 경우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이른바 '빅3'중 어느 하나가 극히 어려운 재정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저금리를 활용, 무이자할부를 5년씩 보장하는 특전을 베풀며, 판매촉진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3ㆍ4분기에 자동차 판매가 급증,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가 3.1%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4ㆍ4분기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미국 경제 둔화의 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판촉전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기업 수익에는 엄청난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GM은 대당 평균 3,862 달러의 판촉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포드자동차는 3,894달러, 크라이슬러는 3,936 달러를 쓴다. 무이자 할부로 인한 손실, 광고 등의 비용을 대당 가격으로 나눈 금액으로, 전체 생산가의 14%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를 많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대당 2,209 달러, 혼다는 1,577 달러밖에 지출하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시장은 일본 자동차에 밀려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1% 포인트 늘려 10.4%, 혼다는 0.3% 포인트 늘려 7.3%를 차지했지만, 미국 빅3의 시장 점유율은 한해 사이에 1.6% 포인트 하락, 61.7%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 판매 부진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됐는데, 이는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보수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GM은 올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연초에 1,700만대로 보았지만, 지금은 1,60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J.D. 파워등 민간연구소도 연간 판매대수를 1,760만대에서 1,670만대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수 부진의 이유를 달러 강세와 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의 과잉 생산으로 돌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통상마찰로 번질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년에도 미국내 판매실적이 올해보다 3~5% 하락할 것으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지고 있음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조금도 판촉 경쟁을 자제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를 저지시키고 있는 것이 시장의 힘이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자본조달 비용이 커졌다. 포드의 채무는 지난 9월말 현재 1,620억 달러로, 5년전 외환위기때 한국의 대외채무보다 큰 규모다. 포드는 앞으로 수익을 내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다. 자본력이 약한 크라이슬러는 미니밴과 밴을 생산하는 공장 4곳을 휴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노조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공장을 마음대로 폐업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적자를 계속내면서 판촉활동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게다가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적립하고 있는 연금기금도 주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경영난 가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