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19일] 1844년 은행허가법

1844년 7월19일 영국 의회가 ‘은행허가법(Bank Charter Act)’을 통과시켰다. 골자는 지방은행권 발행 제한. 잉글랜드은행에 돈을 찍는 권한을 몰아줬다. 잉글랜드은행 조직도 발권부와 통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부로 분리시켰다. 입법 제안자인 로버트 필 총리의 이름을 따 ‘필 은행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전세계로 퍼졌다. 법의 도입 배경은 지방은행의 지폐 남발. 1716년 브리스톨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1821년 609개로 불어난 지방은행이 산업혁명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공황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반성에서다. 자금수요가 줄어든 1809년부터 1830년까지 파산한 지방은행만 331개. 은행이 흔들리는 통에 공황이 더욱 깊어지자 이 법이 나왔다. 새로운 발권은행 설립 금지로 자연스럽게 줄어든 지방은행의 발권기능은 1921년 완전히 사라졌다. 잉글랜드은행에도 제약이 따랐다. 금 준비금 없이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1,400만파운드로 묶은 것. 남발억제 차원에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도 나오는 이 법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새로운 공황의 원인이었다는 시각과 불경기의 폐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분명한 점은 법안의 수정과정을 거치며 중앙은행으로서 잉글랜드은행의 지위가 확립되고 1884년 은행법은 전세계 중앙은행의 모델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법 제정 162년이 지나도록 중앙은행의 발권독점을 대체할 금융 시스템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합의 논리로 성장한 잉글랜드은행의 처지는 예전 지방은행 짝이다.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이 독자 발권을 포기하고 유로화(Euro貨)에 통합되는 흐름과 달리 영국은 파운드화를 고수하고 있다. 역사의 반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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