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보·운영체계 경쟁력 키워야

IT·자동차산업 급성장 영향 전시산업 관심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의 급성장은 전시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겨냥해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전시장을 개설, 전시회 유치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보통신 등 IT산업과 디지털기기, 자동차산업 등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곳곳의 바이어들이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전시산업 성장에 큰 몫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해 대구시와 부산시가 각각 전시장(EXCO DAEGU, BEXCO)를 오픈한 데 이어 제주ㆍ고양ㆍ수원ㆍ광주 등도 속속 전시관이나 컨벤션센터의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 모두 건립될 경우 지난해 말 3만2,000평이던 국내 전시컨벤션 시설은 오는 2004년에 5만2,000평, 2010년에는 9만여평으로 늘어나게 된다. ◇불붙은 유치경쟁=수년 전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이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5월 서울 COEX가 개장되면서부터. 이어 대구와 부산에 전시컨벤션센터가 문을 열면서 국내 전시산업도 본격 경쟁체제에 들어섰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내년부터 서울로 유치하기 위해 주최측인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 및 정보디스플레이학회와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협회는 내년 8월부터 이 전시회를 COEX에서 기존 200부스에서 400부스 규모로 확대해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협회측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제적인 대회로 키우기 위해서는 서울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구전시장측은 "삼성전자ㆍLG전자ㆍLG필립스(이상 구미)ㆍ삼성SDI(양산) 등 주요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이 인근에 있어 산업단지 견학과 연계한 관광코스 개발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올 3월 대구에서 처음 개최된 프리뷰 인 대구(PID)는 국내외 300여 업체가 참가하는 호황 속에 지난해 1월 열린 서울 전시회(PIS)보다 약 2억달러 많은 약 7억달러의 섬유류 수출계약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조직ㆍ운영은 아직 후진적=이처럼 전시장간 유치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으나 국내 전시회 조직이나 운영, 사후관리는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홍보 부족으로 외국기업들의 참여가 부족하고 그나마 외국 참가업체에 대한 차별대우로 국내업체들의 '안방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참가업체나 관람객수ㆍ가동률 등 기초적인 통계조사도 개별 전시장의 발표에만 의존, 객관성이나 일관성의 부족으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인 인증을 받은 전시회가 아직까지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국내 전시회 운영수준이 낙후된 이유는 무엇보다 전시회를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주관하는 단체나 기구의 부재가 가장 크다. 지난해 3월 COEX 등 9개 전시장을 회원사로 설립된 전시컨벤션센터운영협의회는 임의단체에 불과해 전시장간 협력 및 조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전시경영협회(IAEM), 독일의 전시산업협회(AUMA), 홍콩의 무역발전국(HKTDC), 싱가포르의 전시컨벤션협회(SACEOS) 등이 자국 내 전시산업 전반에 걸친 ▦조정과 인력양성 ▦인증 및 자격제도 운영 ▦해외 프로모션 및 대외 협력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정기능 및 지역별 특화전략 시급=국내 전시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대표기구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전시장간 과당 유치경쟁을 막고 지역별 특성을 살린 전시회의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구(섬유ㆍ안경ㆍ약령시), 부산(선박ㆍ항만ㆍ철도기자재), 광주(광산업) 등 배후 산업단지와 관광단지의 특성을 살린 지역별 연계전략이 한가지 방법이다. 또 현재 연간 40억원 수준에 그치는 정부의 국내 전시회 지원예산을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예산(350억원) 이상으로 높여 적극적인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전시인력 양성 및 자격증제도 운영 ▦무역전시회 인증제도 도입 ▦해외기관과의 교류 및 협력활동 증대 ▦해외 마케팅 및 프로모션 강화 ▦국제회의ㆍ관광 등과 연계한 부가가치 증대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시장간 과당 유치경쟁이 생기는 것은 전시컨벤션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해나갈 주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산업자원부(전시산업)와 문화관광부(국제회의)로 이원화돼 있는 주관부처를 일원화하고 전시컨벤션협의회를 실질적인 조정ㆍ기획단체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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