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들이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파브리스 브레지에 여객기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달러 환율 가치를 현재보다 10%가량 낮은 1.20~1.25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리기 위해 ECB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유로화 강세를 "미쳤다(crazy)"고 표현한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만 세계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환율을 무기로 삼지 않는 유일한 구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등 경기부양 목적의 환율 시장 개입에 적극적인 다른 나라들처럼 ECB도 환율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초 유로당 1.35달러를 돌파한 유로화는 이날 1.3605달러를 기록하며 수개월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우려한 ECB가 그 사이 △기준금리 인하 △마이너스 예금금리 등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유로화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환차손 피해에 시달리는 에어버스를 포함해 유니레버·BMW 등 유럽 수출기업들이 통화강세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장 개입론자들은 ECB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식 양적완화(QE)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유로존 국채를 매입해 직접적인 돈 풀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프랑스 등 일부 유로존 국가 통화당국도 이 같은 필요성을 최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로존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의 반대가 큰데다 ECB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아 QE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브누아 쾨레 ECB 집행이사는 "유로화 강세가 계속될수록 통화완화를 위해 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도 "이미 우리가 단행한 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통화 당국자는 "1.35달러대의 유로화는 충분한 환율 경쟁력을 갖춰 (현재로서는) 유로화 상승 또는 하락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ECB의 환율 시장 개입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