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의 모든 4년제 대학의 올해 대입 모집단위별 예상합격선을 공개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입시에서 사설 학원에 의존하는 기존 관행을 깨겠다는 취지지만 그동안 대학 서열화를 비판해온 대교협이 오히려 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18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7만여건을 분석해 도출한 전국 201개 모든 4년제 대학의 모집단위별 예상합격선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일선 학교에 진학지도용으로 제공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대교협이 개별 대학 및 학과ㆍ학부의 예상합격선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프트웨어에 수능 영역별 성적과 내신 수준, 지망 분야 등을 입력하면 각 대학 및 모집단위별로 합격 가능성을 자동으로 계산, 높은 순으로 정렬해 보여준다. 대교협은 이번에 배포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하면 사설 학원 배치표에 비해 정확한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설 학원들의 배치표는 학생 내신성적, 대학별 수능 반영비율 등 여러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능 점수로 커트라인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교협은 학원들이 해오던 관행을 답습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소프트웨어를 대교협 진학정보센터에 재학 중인 수험생의 가채점 결과를 제공하고 보안서약서를 작성한 학교에만 진학지도용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또 사교육 기관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서약을 한 진학담당 교사 외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교협의 이러한 방침은 대학 서열화를 비판해온 기존 태도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사립대 등 회원 대학들은 대입 전형 요소가 다양해진 상태에서 내신과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 커트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정확하지 않은 사설 학원의 배치표에 의존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대교협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