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에 이어 이순우(사진) 우리은행장도 파격인사 카드를 꺼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23일 지점장 등 1,800여명의 임직원을 모아놓고 경영전략회의를 하던 도중 갑작스레 영업우수직원이었던 장선영(52) 발안지점 부지점장과 이정숙(33) 신림로 지점 대리를 연단 앞으로 불렀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싶다"고 했고 이들 두 직원의 발언이 끝나자 이 행장은 "이왕 나왔으니 선물로 냉장고라도 줘야 하는데 무거워서 못 가져왔다. 대신 이것이라도 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펼쳐보니 승진사령이었다. 깜짝 승진 이벤트를 단행한 것. 사령장에 장 부지점장은 광교조청지점장으로, 이 대리는 정규직으로 발령하는 파격적인 인사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대리는 입사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직 텔러였다. 우리은행 내에서 '청약통장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고객유치 실력을 보였음에도 계약직에 머물렀다. 장 부지점장은 3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승진이 더뎠다. 본인의 영업실적이 좋았지만 지점의 성과가 낮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기도 했다. 이 행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직원을 알아주는 게 조직의 역할이고 CEO의 역할"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파격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인사를 통한 승진이 아닌 특별승진은 우리은행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색내기용 고졸채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은행권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