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율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하 카드를 동원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경기부양 목적이 아니라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우리를 비롯한 신흥국에 자본유입이 급격히 쏠리면서 정책당국뿐 아니라 중앙은행도 환율관리에 전면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원ㆍ달러 환율이 1,060원대에 진입하면서 오는 11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환율이 금리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한은 예상치를 크게 이탈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회복을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며 "금리를 인하한다면 오히려 급작스럽게 시장영향력이 커져버린 환율방어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은이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지만 선진국의 무차별 양적완화로 새해 첫날부터 원화절상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 환율 쪽으로 더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 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사실상 금리정책을 통한 환율시장 영향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급격한 환율 변동 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선 이상으로는 시장개입을 피해왔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올 상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도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이후 신흥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떨어뜨린 3%로 결정했고 이에 앞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환율방어를 목적으로 금리를 움직인 사례는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급격한 자본유출에 따라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오히려 금리를 낮추는 것이 더 시급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통위는 경기ㆍ물가ㆍ환율 세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환율방어만을 목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 금리와 환율이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론대로라면 한은의 금리인하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내외금리 차이가 자본이동에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직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현 정부와 달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ㆍ서민 중심 환율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한은과 정부가 어느 정도 정책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야 환율정책도 큰 방향을 공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