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연극 '오구'

망자에 대한 슬픔 웃음·해학으로 풀어내


삶과 죽음의 끝자락을 붙잡고 눈물과 웃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인생의 일부지만 두렵고 무서운 것이라 여겨져 온 '죽음'을 익살스러운 재담과 몸짓으로 코믹하게 그려낸 연극 '오구'는 망자에 대한 슬픔을 한국 특유의 해학적 정서와 버무렸다. 늙은 어미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소재를 '오구굿'이라는 한국적인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죽음의 비극과 고통을 웃음과 해학으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오구를 명품 반열에 올려 놓은 주연급 배우들이 총 출동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평범하다. 떡을 팔아 두 아들을 키우고 집도 한 채 장만한 팔순의 복례 할머니(강부자)는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죽은 남편을 만난 뒤 아들을 졸라 오구굿을 벌인다. 이윤택 연출은 염, 초상집, 저승사자, 산 자를 위하여 등 8장으로 극을 세분화해 우스꽝스러운 일상과 인간의 내밀한 본성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백수, 다방레지, 부동산중개업자, 사업가, 저승사자 등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등장시키지만 재물에 대한 집착과 이기적인 본성 등 인간 내면의 적나라한 모습들은 여과 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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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다소 무겁게 극이 전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곳곳에 장난스러운 요소를 마련했다. 배우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객석도 무대의 일부로 사용함으로써 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데도 주력했다. 이는 배우 강부자가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을 향해 "잘 오셨소"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굿판을 벌이는 풍물굿패들이 망자의 노잣돈 명목으로 관객석을 돌며 실제 돈을 걷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2층에 자리한 관객들로부터도 노잣돈을 걷기 위해 대나무를 길게 이어 만든 잠자리 채를 준비한 대목에선 관객들이 배꼽을 잡게 된다. 관객들은 기분 좋게 지폐를 꺼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능동적으로 극에 참여하는 동시에 굿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 자신이 소원까지 비는 '굿판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배우들의 익살스런 입담에 기댄 가벼운 웃음만이 '오구'의 힘은 아니다. 관객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치 뜻밖의 선물처럼 손에 주어진다. 그러나 대중성에 치중하다 보니 극의 전개에 있어 중량감을 놓치고 있는데다 관객석으로 돈을 거두러 다니는 장면에 시간 할애가 많은 점은 다소 아쉽다. 죽음이란 소재가 주는 어두운 무게를 줄이려고 하다가 자칫 극이 담보해야 할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5일까지 호암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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