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 해법 못 찾고 표류/김 회장 퇴진 싸고 관계 더 악화

◎정부­“김회장 사퇴없인 지원없다”/채권단­자구점검반 파견 강도높여/기아­“진성어음만 제대로 할인을”정부와 채권단, 기아그룹이 「기아사태」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해 「기아표류」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 각자의 입장은 한치의 접근도 보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소하리공장 방문을 계기로 형성됐던 유화분위기는 「김선홍 회장의 조건부퇴진론」을 놓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면서 도리어 악화된 형국이다. 그동안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해온 임창열 통산부장관은 김회장이 면담사실을 부인하자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회장과의 면담사실을 확인하고, 『김회장의 사표제출이 없으면 지원은 없다』고 치고 나왔다. 강경식 부총리의 「강경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정부의 대기아대책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아의 채권은행단도 19일 상오 5명으로 구성된 자구계획점검반을 기아에 파견,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부도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29일까지 기아자동차에 상주하면서 자구계획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자금흐름을 관리하게 된다. 정부·채권단의 「강도높이기」에 대해 기아도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종방침으로 정리했다. 기아의 한 고위경영자는 『자금지원도 필요없다. 진성어음만 제대로 할인해주고, 김회장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지만 않으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며 『이같은 해법이 아닌 한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회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퇴진불가」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같은 입장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국당에 이어 국민회의도 19일부터 김원길 정책위의장, 김근태 부총재 등 「자동차산업위기대책위」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아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해 「정치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 및 자동차연맹 등 노조의 움직임도 「앞으로」다. 지난 17일 자동차업체 노조단체인 자동차연맹 주최로 여의도에서 기아살리기 궐기대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23∼25일 서울에서 연쇄집회를 갖고 정부규탄 시위를 갖기로 했다.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는 것은 아시아자동차 매각과 함께 기아특수강의 공동경영. 아시아매각은 사실상 정치문제다. 광주에서는 아시아임직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제3자매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매각불가」에 전시민들이 나서기로 한 상태다. 또 기아특수강 공동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현대·대우 등 백기사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아의 내부사정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 강경입장과 타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 김회장의 조건부사퇴를 둘러싼 수용­거부과정은 기아의 이런 사정을 잘 담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회장의 퇴진각서는 기아내부에서 한때 『최고경영자의 최종사퇴여부 결정은 정부나 채권단이 아닌 기아자동차 주총에서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받아들이자』는 온건노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강경파에 밀려났다. 기아그룹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사퇴서를 쥐고 있을 경우 이를 악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틈새는 너무 벌어져 버렸다. 기아는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지원에 뜻이 없고 대선정국을 넘기자는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 만큼 타협적인 자세는 오히려 내부단결과 외부지원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박원배·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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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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