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초점> 부시, 비서실장 전격교체 배경과 의미

중간선거 겨냥 지지도 회복ㆍ정국쇄신 승부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앤드루 카드백악관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그간 언론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서실 개편을 건의했을 때 "그럴 계획이없다"며 완강히 거부해온 부시 대통령의 태도를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국정지지도가최악의 상황이다. 집권 6년을 통틀어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최악의 상황과 유사하다. 지지도는 34-37%대로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대폭 강화한 새 이민법 처리를 놓고 정국이 한바탕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이번 비서실장 교체는 추락하는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정국을 쇄신하기 위한 정면 승부수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 차기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서진 개편이 있을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부터 백악관에서 같이 일해온 보좌진들이 피로에 찌들려 있었던 탓이다. 때문에 카드 실장이 일찍부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나 재무장관으로 옮길것으로 예상돼 왔다. 카드는 이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셔먼 애덤스에 이어 최장수 기록을 수립, 교체대상 1호로 꼽혀왔다. 어찌됐건 부시 대통령이 며칠전만 해도 '인위적 개편은 없다'던 입장에서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지지도 견인과 중간선거를 겨냥한 승부수라는데 큰 이견이없다. 물론 부시의 이번 승부수가 현재의 복잡한 정국을 헤쳐나갈 계기가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과거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지옥의 끝'까지 추락했다가 백악관 비서실장교체 이후 전성기의 인기를 회복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전 대통령은 지난 1958년 부패 혐의를 받았던 측근셔먼 애덤스를 전격 경질한 후 인기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란-콘트라 사건이 정점에 달했을 지난 1987년 당시 비서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는 승부수를 던져 인기를 만회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오히려 워싱턴 입성 때부터 그를 보좌해온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이른바 '텍사스 사단'의 거취문제였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은 일단 보좌진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행정부도 전체 각료 21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여전히 초대 내각 멤버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정국 추이에 따라 추가로 비서실 및 내각 개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닉슨과 포드, 레이건, 클린턴 행정부에서 두루 일한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저건은 "백악관 비서진과 각료들을 지금처럼 오랫동안 유임시킨 적은 현대사에서 일찍이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측근 진용에 대한 개편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AP 통신은 이날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활력을 갖춘 인물을 발탁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사냥총 오발 사고로 미국인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된 체니 부통령과 이라크전을 사실상 기획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단연 개편대상 1호로 지목돼 왔다. 공화당 지도부는 마이클 리빗 보건장관과 마크 레이시콧 전 공화당 전국위원장,도널드 에번스 전 상무장관, 에드 질레스피 전 공화당 의장, 토머스 뢰플러와 빌 펙슨 전 의원 등을 부시 대통령에게 수혈할 '새 피'로 추천했다고 한다. 카드 비서실장 후임에 조슈아 볼튼 백악관 예산국장을 임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카드는 5년 넘게 부시 대통령을 보좌해왔으나 최근 대통령을 제대로보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 타임스도 "비서실이 극심한 피로현상을보이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부시의 `볼튼 카드' 낙점은 다양한 함의를 담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볼튼이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골수' 공화당원이라는 점에서 일단 정책면에서 보수 색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볼튼이 전임 카드와는 달리 백악관 내부 뿐만 아니라 의회에도 전문성이있다는 점에서 백악관과 의회, 특히 백악관과 공화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운영해나가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볼튼이 지난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일하다 예산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해왔기 때문에 기존 참모진들과의 융화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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