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원자재를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던 '블랙홀' 중국의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상품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수요 확대로 강세를 이어온 상품값의 '슈퍼 사이클'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구리와 철광석 같은 주요 원자재들이 제때 소화되지 못해 뒷마당에 쌓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구리 수입항인 상하이의 구리 비축량은 지난 4년간 평균치인 30만톤보다 2배가량 늘어난 60만톤에 육박하고 있다. 철광석 재고는 같은 기간 평균치인 7,400만톤보다 3분의1가량 늘어난 1억톤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구리 파이프 생산업체 관계자는 "신규 주문이 급감하면서 최근 생산 라인 한 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중국에서는 올해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해 원자재를 잔뜩 주문했다가 결제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거나 야반도주하는 중소기업 사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원자재 소비가 줄면서 가격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 7월 인도분 구리 값은 18일(현지시간) 기준 파운드당 346.8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해 최고가인 398.40달러와 비교하면 50달러 넘게 폭락한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톤당 7,625달러선인 구리 값이 7,50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본격적인 투매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중국의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9.3%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인 12%를 크게 밑돌며 2009년 5월 이후 최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8.1%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중국 경기가 예상 밖으로 급랭해 빨간불이 켜졌다"며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하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