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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에도 설계업체 실적 선방

상위 15곳 작년 영업이익 17% 늘어<br>공공발주 등 위축 땐 다시 악화 우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 건축설계업체들이 지난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신사옥 특수'와 일부 해외 수주 실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5개 종합건축설계사무소가 지난해 올린 총 매출은 1조2,512억원으로 전년도의 1조2,190억원에 비해 2.6%가량 늘었다. 이들 15개 업체가 거둔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74억원에서 440억원으로 17.6% 증가했다. 15개 업체 중 11곳의 매출이 늘었고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도 8곳이나 됐다.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곳은 해안건축과 간삼파트너스ㆍ현대종합설계ㆍ무영건축 등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2011년 611억원이었던 해안의 매출은 지난해 756억원으로 23.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8억원에서 109억원으로 늘었다.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서 100억원대의 연간 매출이 발생한 것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간삼파트너스는 2012 여수국제박람회 아쿠아리움과 제주 아쿠아플라넷 등 전문 분야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가장 높은 매출 신장율(24.7%)을 기록했다. 무영은 지난해 전년 대비 23.5% 늘어난 4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ㆍ한국수력원자력 신사옥과 콩고국회의사당 설계 수주가 실적에 반영됐다.

이 밖에 업계 1위인 삼우를 비롯해 건원ㆍDA그룹 등도 매출이 10% 이상 늘었고 희림도 해외 수주 확대와 CMㆍ감리 부문의 호조로 전년 대비 7.6%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포스코ANC와 동명기술단ㆍ경호엔지니어링ㆍ창조건축 등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공간건축은 양재동 파이시티 설계비용을 받지 못하는 등 지난해 197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 19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요 설계사무소들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공간 부도로 불거진 업계 연쇄 도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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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공발주와 민간 아파트 사업 위축이 계속될 경우 올해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건축의 관계자는 "공공기관 신사옥 특수도 사라지고 민간 수주도 줄어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활로를 열려면 설계비 현실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대형사와 중소 사무소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턴키방식과 사전적격심사(PQ)와 같은 기존 발주방식을 개선하고 대형 공공건축 현상설계에서 국내 업체를 우대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건축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공공건축물 발주제도를 가격 중심의 저가입찰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중앙 정부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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