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직 판사가 테러 당하는 세태

고법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석궁 테러를 당한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다. 소송 당사자가, 그것도 지식인인 전직 대학교수가 법정 밖에서 담당법관에게 테러를 한 것은 예삿 일이 아니다. 이것은 그만큼 사법부 권위가 위기에 처했음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사법부 전체가 테러를 당한 셈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형사사건 판결엔 형량에 대한 만족 불만족이 있을 수 있고, 민사재판엔 승소와 패소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판결의 원리에 비추어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테러 등 물리적 행동으로 나선다면 법치주의는 존립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판사는 불안감에서 소신을 가지고 판결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소송당사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테러 등 물리적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최근 사법부 권위가 어느 때 보다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정에서 박수치는 가 하면 흉기를 반입해 자해소동은 물론 판사를 위해 하는 행동 등 법정 난동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 말해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이런 사태가 빈번해 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불만을 품은 사람이 법을 무시하고 걸핏하면 이를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회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너무 자주 일어난다. 사법부도 이번 테러가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여 사법부 권위를 회복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법원도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겠지만 사법부가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최근 사법부와 검찰의 갈등이 국민에게 모양새가 좋지 않게 비친 것을 유념해야 한다. 불법 폭력 시위나 파업이 말해주듯 법 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사회풍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사건은 얼마든지 재발해 법치주의와 사법부 권위가 도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정질서 확립과 판사 등의 신변 보호책도 마련해야 겠지만 소송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판결의 권위를 높이는 등 신뢰회복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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