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물파업 장기화땐 “물류주변국” 불보듯

화물연대의 장기 파업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부상계획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류중심지가 되려면 항만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류중심`은커녕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경쟁국 항구에 밀려 동북아 주변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일부 외항선사가 속속 기항지를 상하이 등 경쟁국 항구로 이전함에 따라 물류중심국가 구상은 `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서 드러났듯이 물류부문의 소프트웨어는 동북아 경쟁국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물류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화물수송에 관한 한 세계4대항구는 동북아지역에 몰려있다.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부산항이 3위, 상하이가 4위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비약적 경제성장과 함께 동북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교역량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4년의 20.1%에서 오는 2010년에는 3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물류중심지로 부상하려면 홍콩 등 경쟁국가들보다 뛰어난 환경을 갖춰야 한다. 경쟁국들이 보다 나은 물류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반면 우리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이런 노력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다. ◇부산항, 제2의 고베항으로 전락 우려=부산항이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구로 떠오른 것은 지난 96년부터다. 당시 동북아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는 고베였다. 하지만 지난 95년 고베에 대지진이 발생하자 선사들이 하나 둘씩 고베항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부산항은 그 때부터 고베항을 대신해 중심 항만으로 떠올랐다. 상하이 등 경쟁국 항구가 크기 전에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물류중심 항구로 떠오르려면 환적화물을 많이 취급해야 한다. 환적화물이란 다른 나라의 수출입화물을 중계해 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부산항이 처리하는 화물 가운데 40%는 환적화물이다. 환적화물이 많을수록 물동량도 많아져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환적화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되면 선사들은 다른 항구로 떠날 수 밖에 없다. 이우원 무역협회 이사는 “고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 번 떠난 선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되면 물류중심 국가 부상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직된 노동환경=물류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계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화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직된 고용 및 노동제도 때문이다. 포스코는 육상운송보다는 해상운송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평택, 인천, 마산 등에 해송유통기지를 만들어 핫코일 등 철강제품을 이곳을 통해 내륙으로 운송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만큼 포스코는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바로 항만노조의 경직적 고용법칙때문이다. 항구에서 철강제품을 배에 싣거나 내리기 위해 트럭을 이용할 때 항만노조원을 반드시 써야 한다. 더욱이 기계화로 100명분의 일이 10명분으로 줄어도 나머지 90명에 대해서도 보상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기계화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노동 등 소프트웨어부문 개혁 절실=전세계적으로 항만 근로자는 일용직이 일반화된 추세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여기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운송업체들이 항만근로자를 상용직으로 채용하면서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항만노조의 임김이 거세지면서 기존의 항만뿐 아니라 보세창구 등 배후단지로 사업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배후단지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임진수 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류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제약하는 가장 는 제약 요인은 경직된 고용 및 근로조건”이라며 “근로조건 개혁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개혁을 미루는 한 물류부문의 경쟁력 제고는 `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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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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