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경기둔화 불구 '물가잡기'에 무게

■ 美금리 또 0.25%P 올려 3%<BR>"고유가로 소비 감소속 인플레 더 위험" 분석<BR>점진적 인상기조 유지로 연말엔 4% 넘을듯<BR>'인플레 전망' 문구 누락에 금융시장 요동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2.75%에서 3.0%로 인상한 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고, 기업들의 가격결정력도 더욱 뚜렷해졌다”며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여전히 시장 친화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FRB가 경제성장 둔화신호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방어에 통화정책의 무게를 두고 앞으로도 ‘점진적인 금리인상’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FOMC가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 문구를 보고서에서 누락하는 실수를 범해 주식과 채권 등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경기둔화보다는 물가안정에 초점 이날 회의에서 FRB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소비지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그 동안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를 누차 강조했던 FRB와 위원들이 소비지출 성장이 약화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FRB가 일시적인 경기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 잡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지출, 기업실적, 소비자신뢰지수 등 거시경제지표가 경고 신호를 내고 있고 특히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1%까지 떨어지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고유가와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 가능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즈의 딘 마키 이코노미스트도 “FRB가 성장둔화보다는 물가불안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은 지속될 듯 FRB 내부에서 매파들의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8차례 연속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현 기준금리는 여전히 중립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물가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어 FOMC 보고서 문구에서 매파들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은 5차례의 FOMC 회의에서 FRB가 4~5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의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해 연말까지는 기준금리가 4~4.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비와 고용, 기업생산 등 거시경제지표의 성장둔화가 확연히 나타날 경우에는 FRB가 일시적으로 금리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문구누락 해프닝 과거 4차례의 FOMC 보고서에서 비둘기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전망은 잘 억제되고 있다’는 표현이 빠졌다가 주식시장 마감 5분전 수정 발표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약보합세로 마감될 것 같았던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강세로 방향을 틀었고, 채권시장에서 국채수익률도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뉴욕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누락된 표현이 인플레이션 진단에 대한 FRB의 기본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FRB가 직원의 부주의로 인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일부에서는 실제 FRB의 인플레이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지만 시장 동요를 우려해 FRB가 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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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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