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기대감으로 주가 강세가 이어지자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이 급증하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조기상환된 ELS 규모는 3조3,34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2조9,296억원)보다는 14%가 많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10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홍콩H지수(HSCEI)가 9월 이후 20% 이상 오른데다 11월 중순부터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지수도 강세를 이어오면서 총 1,212종목의 ELS가 만기 이전에 조기상환됐다. 조기상환 ELS는 설정 이후 3~6개월에 한번씩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 이전에 확정 이율로 상환된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연말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이달에도 조기상환되는 ELS 규모가 3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조기상환된 ELS 규모는 2조3,552억원이며 973개 종목의 ELS가 만기 이전에 상환조건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1,022억원 규모의 ELS를 조기상환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7일까지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한 ELS 규모가 1,211억원에 달해 이미 전월 실적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조기상환이 집중되고 있는 ELS들은 종목형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낮은 지수형이더라도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 많다. 특히 이달에는 지난해 6월에 판매된 지수형 ELS 상품의 조기상환이 집중됐다. 현대증권이 지난해 6월 중순에 판매한 현대히어로ELS 695호(3년 만기, 원금비보장형)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와 H지수가 이달 14일 기준으로 기준주가의 85% 이상을 기록해 18개월 만에 총 16.72%의 수익률로 조기상환됐다. 연환산 수익률로는 11%가 넘는다.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와 H지수가 각각 3.6%, 8.8%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덱스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손실을 봤겠지만 ELS 투자자는 예금 금리의 3배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머쥘 수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질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와 홍콩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200지수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주가 강세로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상환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ELS 상품을 고를 때는 기초자산 외에도 조기상환조건과 원금손실조건, 만기, 조기상환 관측 주기, 기대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울 때는 원금비보장 상품의 경우 손실 조건이 없는 노낙인(No-Knock-in) 스텝다운 조기상환형 상품이나 손실 구간이 35~40%대로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