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감독체계 급속한 개편 반대"

■ 박재완 재정장관 후보자 국회에 서면 답변<br>연기금 주주권 행사 부정적 시각<br>"CEO 리스크 크다" 총수 문화에 일침<br>전·월세 상한제 도입에도 신중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2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는 예상보다 수위가 강하다. 미묘한 현안인 감세 정책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장과 정 반대의 모습을 드러냈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감세 "MB정부의 상징적 정책"=박 후보자는 소득ㆍ법인세 인하를 두고 시장과 자율을 중시하고 세율 인하에 따른 적하효과(trickle down)를 감안하면 세율 인하로 경제를 살리고 세수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율 인하는 적절하지 않고 MB정부의 초심을 살려 예정대로 감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뿐 아니라 주변국도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세율을 낮추고 있다"며 "감세는 근로ㆍ투자 의욕 고취, 기업가 정신고취, 소비여력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3년째 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해서는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임투공제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려고 도입한 제도"라며 "소득ㆍ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하에 임투공제 등 비과세ㆍ감면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박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밝혔던 인하 주장을 일단 접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의원으로서의 소신과 재정부 장관으로서의 정책이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다만 "단기적 유가 급등 등 필요시에는 유류세를 인하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며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5% 성장 3% 물가'에 대해서는 물가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지만 성장률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 후보자는 "기상악화, 구제역,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충격이 연이어 나타나 물가는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수출호조 등 긍정적 측면과 내수둔화 등 부정적 측면이 섞여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성장률 하향 전망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총수 문화, "CEO 리스크 크다"…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부정적=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총수 위주의 경영에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박 후보자는 이를 뒷받침할 논리를 세웠다. 박 후보자는 "총수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내외부의 경제가 어려워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크다"며 대기업 총수 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부당 내부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단기간 실적에만 치중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통한 대기업 견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현행 연기금 운용구조하에서는 의결권 행사가 기업가치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연기금 자체의 지배구조 독립성ㆍ투명성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초과이익공유제 추진해 대해 박 후보자는 "동반성장의 기본 정신을 강조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입방안이 결정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함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체계 단기 개편 반대=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단기적 결론보다는 국제적 흐름을 참고하면서 정부 조직 및 경제 전반의 관점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 감독 체계 유지에 가까운 입장으로 정부조직 개편이 뒤따르는 급작스러운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합병론과 관련해서는 "은행 대형화는 필요하지만 두 기관의 민명화 계획이 있는 만큼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고 한국투자공사(KIC)의 위탁규모 확대 등에 대해서도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와 충분히 협의해나가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재정 확보 위해 담배세 '인상', 전ㆍ월세 상한제 폐지는 '신중론'=재정과 관련하 세수 증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박 후보자는 세금이나 부담금 징수를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술ㆍ담배에 대한 과세 등은 중장기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구체적인 과세강화 방안, 과세시기 등은 국민건강 증진,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혀 담배세 인상에 찬성론을 펼쳤다. 전ㆍ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전ㆍ월세 상한제 도입를 도입할 경우 단기적인 임대료 대폭 인상 가능성, 중장기적인 민간임대주택 공급 축소 가능성이 있다"며 "도입 여부 결정에 앞서 실효성과 부작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신중론을 드러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위축된 민간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수요친화적인 공급을 촉진시키기 위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찬성론을 나타냈다. 업계의 반발이 큰 최저가 낙찰제 확대에 대해 "정부는 예정대로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정된 재원ㆍ도덕적 해이 "무상복지 반대"=박 후보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복지에 대해 사실상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무상급식ㆍ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확대에 대해 "막대한 재정소요, 한정된 재원의 우선순위, 도덕적 해이 등을 감안할 때 무상복지는 사실상 도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무상복지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 서비스 이용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와 재원 낭비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해 야당과의 시각차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현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 박 후보는 "우리 현실과 여건을 고려해 빈곤층ㆍ서민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능동적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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