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이후 급등했던 전셋값이 작년부터 계속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 좋은 학군을 찾는 이사 수요로 특수를 누렸던 강남 8학군조차 전세시장 침체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서울의 평당 평균 전셋값은 2년 전(496만원)보다 23만원 하락했다. 전세기간이 2년 주기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25평형 전셋집을 2년전 보다 평균 575만원 낮은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셈이다. 전셋값 하락세는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세시장 침체는 매년 여름 학군과 유명학원을 찾는 이사 수요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강남, 서초, 분당 등에도 나타나 올해에는 오히려 이 지역들이 전셋값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가 강남에 집중된데다 EBS 수능 방송 여파까지 더해져 방학철 이사수요가 아예 자취를 감춘 것.
인터넷부동산 텐의 시세조사에 따르면 대치동 미도아파트, 삼성래미안 등은 지난주 전셋값이 평균 1,000만원 가량 떨어졌으며 일원동 상록수 27평형은 2,000만원 하락했다. 분당 역시 지난주 전셋값이 0.61%나 하락해 5대 신도시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연립, 빌라, 다세대 등에 국한돼 전세가 잘 나가지 않던 현상이 요즘에는 아파트까지 파급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역전세난이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