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탐욕의 부메랑


최근 대기업과 재벌가 자제들이 빵ㆍ커피ㆍ치킨 심지어 순대ㆍ떡볶이까지 판매한다고 해 비판을 받고 있다. 재산 때문에 형제ㆍ부모자식 간 소송을 하는 일도 있다. 재산을 교묘하게 숨겨놓고 세금을 체납하거나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재산가도 있다. 이 모든 것에는 부와 재산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명품을 보면 가지고 싶은 것이 욕망이다. 욕망은 우리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며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절제되지 못한 욕망은 탐욕을 낳는다.

금융에서의 탐욕은 어떨까. 금융에서의 탐욕은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탐욕은 버블을 형성시키고 이것이 터질 때 위기로 다가온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뿌리에 대한 투기도 지난 1929년 주식시장에 낀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대공황 뒤에도 인간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의 금융위기는 탐욕이라는 인간요소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그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인간요소 외에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겸업화 허용으로 금융회사의 대형화가 추진되고 금융의 디지털화ㆍ세계화ㆍ증권화는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시장을 확대시켰고 위기의 전염속도와 범위도 키웠다. 결국 한 대형 금융회사의 파산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고 연쇄적인 부실확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관련기사



금융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전염효과가 커 한 금융기관이 도산할 경우 전체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매우 높다.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기업에 비해 광범위하고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세계는 시장기능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규제완화를 추진해왔다. 이후 작금의 금융위기가 과도한 규제완화에서 비롯됐다고 간주해 최근에는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인간요소인 탐욕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금융에 대한 규제는 탐욕에 대한 규제가 고려돼야 한다. 금융위기를 금융과 윤리, 시장과 윤리를 분리해서 보면 위기의 본질은 드러나지 않고 위기를 타개할 방책도 나오기 어렵다.

시장은 만능이 아니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부패하듯이 규제와 윤리가 없는 시장은 타락할 것이다. 시장의 효율만 믿고 시장의 탐욕과 타락 가능성을 무시하는 한 금융위기는 부메랑처럼 또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