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6일] 국가의 경제력과 국제 위상

"세계 철광석 2, 3위 회사가 해외에서 M&A(인수합병)를 하겠다는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1년 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담당 공무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계 철광석 시장의 '공룡'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는 지난해 M&A를 선언하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기업결합에 성공하면 두 회사는 국제 철광석 시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되는 만큼 국내시장에도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1년 뒤 두 회사는 M&A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경쟁 당국으로부터 결합 불허 통보를 받으며 꼬리를 내린 것이다. 두 회사의 M&A 철회가 우리 철강 기업에 긍정적이라는 점과 함께 이번 사건은 달라진 한국 당국의 역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년 전 기자의 질문에 담당 공무원의 대답은 "물론 해외에 있는 두 회사에 대해 공정위가 물리적으로 취할 수 있는 집행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국제공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철광석 수입을 두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ㆍ중국ㆍ일본ㆍ유럽연합(EU)이 같은 입장을 비슷한 시기에 취하기 위한 당국 간의 국제적인 조율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수 차례 EU와 일본의 당국에 공식, 비공식 만남을 적극적으로 제의했고 이를 통해 M&A에 대한 부정적인 공감대를 확인ㆍ형성해왔다. 주도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어도 적어도 국제 공조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최근 IMF 지분 조정 논의가 있었다. 유럽의 지분이 줄어든 대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지분이 늘어났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기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직도 경제력에 비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유럽의 강소 국가들이다.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은 항상 그 나라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국제회의에 가보면 경제력은 우리보다 못한데도 일본보다 발언권이 센 나라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G2와 같은 경제력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 경제력 이상의 혹은 적어도 그에 걸맞은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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