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술, 여성에게 훨씬더 해롭다

30여년 전만해도 남들이 지켜보는 공개적인 석상에서 여성이 술을 마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전문적으로 술만 마시는 주점에서 여성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일반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이는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카페에서 남녀가 어울려 술을 마시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여성들끼리 한잔 하는 모습도 이제는 새삼스런 문화가 아니다. 그냥 마시는 정도가 아니다. 어떤 여성은 남자 못지않은 술 실력으로 좌중을 휘어 잡기도 한다. 그러나 건양대병원 유병연(가정의학과) 교수는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술자리만큼은 남녀를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유는 알코올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나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수분량이 적어 똑같이 술을 마셔도 체내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알코올 분해효소의 경우 남성보다 적게 분비되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의 간이 빨리 나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알코올이 해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호르몬계에 변화를 가져와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유발하고, 불임과 조기폐경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입장이다. 국제학회에서는 지나치게 술을 마실 경우 유방암 발병율까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발표되었다. 하물며 임신 중 음주가 더욱 나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유산이나 사산, 저체중아 출산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임신 초기 음주는 적은 양이라도 `태아알코올증후군`의 원인이 되며 출생한 아기는 자라서 낮은 지능지수로 평생 학습장애를 나타낼 수 있다. 안면기형과 심장기형, 성장 발달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도 명심해야 한다. 내과적인 질환 뿐만 아니라 술은 여성 피부에도 나쁘게 작용하며 칼로리가 많아 복부비만을 부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술로 인한 피해사례는 여성이 훨씬 많은데도 여성 음주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자살률이 4배 높다. 이 가운데 한창 사회생활을 하거나 가정을 돌보아야 할 20대와 40대가 많아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주부ㆍ학생ㆍ회사원ㆍ전문직ㆍ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기-미혼 여성 4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성의 60% 정도가 한 번에 소주 반 병 이상을 마시고, 45% 정도는 1~2주에 한번이상은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대상의 63.9%가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밝혀져 여성들의 음주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99년 통계청 조사결과 47.6%의 여성들이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도 증가하고 있다. 정신과 질환을 가진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술에 의존하는 성향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부엌 알코올중독`이라고 해서 남편과 아이들이 나간 낮 시간에 혼자 술을 먹고 저녁때는 깨어 있어 가족들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전문의들은 엄마가 알코올 중독일 경우 아버지가 중독일 때보다 아동학대 위험성이 훨씬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술 때문에 벌어진 성 관계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받는 여성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나친 음주는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기가 힘들어져 강간이나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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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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