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성공한 사람들에겐 어떤 가족이 있었을까

■아직 하지 못한 말(안길수 지음, 중앙북스 펴냄)


스팀 청소기로 주부 사업가의 힘을 보여준 한경희 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는 숨이 막힐 듯이 고지식하고 까다로운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혀 짧은 소리로 애교를 부렸다가 "그런 바보 같고 우스꽝스러운 짓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반대를 무릅쓰고 스팀 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위기를 겪자 선뜻 집문서를 내밀며 "네가 여태까지 큰 실수 없이 잘 살아왔다는 거 안다.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고 말한 사람도 아버지였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어떤 가족이 있었을까? '아직 하지 못한 말'은 서울경제신문에서 10여 년간 일해 온 저자가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가족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모았다. 축구선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부터 소설가 이문열, 사진작가 조선희, 국립발레단장 최태지, 푸르덴셜생명 손병옥 사장까지 총 15명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때론 무섭고 원망스럽지만 결국 믿고 의지할 사람도 가족이다. 김장실 예술의전당 사장은 모진 가난 속에서 홀로 공부를 한다며 큰 형에게 무지막지하게 맞고 자랐다. 큰 형은 "장실아, 네가 공부하면 안 될 이유는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공부를 하겠다는 그를 뒷바라지해 준 사람은 큰 형이었다. 손병옥 푸르덴셜 사장은 암으로 남편을 잃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남편 이야기를 하려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최선을 다했던 남편은 사위에게 "자네 장모가 지난 5년 반 동안 잘 돌봐줘서 여태까지 행복하게 살아왔다네. 난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야"라는 유언을 남겼다. 책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면에 항상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진솔하게 말한다. 박지성 선수는 아직도 가장 어려운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고 소설가 이문열은 처자식을 버리고 월북한 아버지와 끝내 재회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사진작가 조선희는 손자들만 아끼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은 늘 찬밥 신세였으며 방송인 주철환에게는 평생 어머니라 부르지 못했던 양어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을 준 것은 가족뿐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늦기 전에 하라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가족에게'아직 하지 못한 말'을 건네보라고 조언한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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