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통영함 미투입보다 더 큰 문제 세 가지

[권홍우 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2012년 9월 진수식 당시 통영함 모습/사진=해군홈페이지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직후에 국방부에 오래 출입한 타사 기자 하나가 말을 꺼냈습니다. ‘통영함은 안 가나, 거리도 멀지 않은데…’ 통영함은 우수한 구난구조함입니다. 2012년 9월4일 진수 당시 군은 공들여 홍보에 나섰습니다.

‘국산 기술로 만든 3,500톤급 최첨단 수상구조함, 각종 해난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투입 가능한 국가재난 대응전력, 수중무인탐사기로 최대 수중 3,000m까지 탐사 가능….’ 해군은 통영함의 지원시스템을 활용하면 해난구조대(SSU)가 수심 90m에서도 구조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통영함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왜 통영함이 투입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떠올린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통영함을 투입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통영함은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군함은 진수와 실전배치가 다릅니다. 일단 진수는 물에 띄우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무장과 주요장비를 탑재한 상태에서 진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서는 달랑 선체만 만들고 진수하는 곳도 있습니다.

무리해서라도 통영함을 동원했어야 한다(외국에서는 다급할 경우 완성되지 않거나 실증되지 않은 선박 또는 정찰항공기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만 전 사고해역에 와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미완성 함정을 동원하지 않은 군의 판단은 이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일정대로라면 통영함은 지난해 말 해군에 인도됐어야 합니다. 그런데 핵심장비의 일부인 사이드 스캔 소나와 무인잠수정이 해군의 작전요구성능에 미달해 인수가 올해 9월로 늦어졌습니다. 하자가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건조된 주요함정의 실전배치가 지연된 책임에서 장비제작사와 방사청, 해군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성능 미달의 함정을 배치하는 것보다는 보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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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통영함의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오해를 자초

②긴급 상황이 발생하고 나서야 알려진 실전 배치 지연(다른 장비들은 온전한가. 감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③하나도 작동하지 않는 무인잠수정(ROV)

무엇보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통영함이 출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갔습니다만 군은 설명을 피했습니다. 군이 ‘성능 시험 중’이라며 미적거리는 와중에서 ‘좋은 장비가 있는데도 안 쓴다’라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일 초가 급한 실종자 가족들로서는 분노할만한 소식입니다. 결국 정부는 사고 사흘째돼서야 전력화가 아직 안됐다고 밝혔습니다. 굳이 통영함이 없어도 사고해역에는 구형이지만 구난함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진실을 얘기했으면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안을 갖고 방사청과 해군이 오해를 자초한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혹여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질까 염려했던 것일까요.

두 번째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영함의 실전배치 지연이 알려지는 게 싫었다면 그 자체로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원전 마피아처럼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고질적 병폐의 민낯이 드러난 셈입니다. 다른 개발 장비나 함정의 도입계획은 온전하게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군 장비의 개발과 배치, 도입에는 보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장비에 허점이 있다면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비단 통영함 뿐 아닙니다. 육군의 차기 전차나 미사일 고속함 등에서도 무수한 하자들이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서야 공론화, 그것도 극히 제한된 비공식 공론화 과정에 들어갔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기존 보유장비도 제 성능을 못 내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군의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해군이 보유한 무인잠수정(ROV)은 수 척인데 작동하는 게 한 척도 없답니다. 통영함에서 성능 미달로 테스트를 계속하는 게 있고요. 기존 함정에 달려 있던 무인잠수정은 고장난 상태이며 나머지는 해군의 모 기지에서 실험 중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미군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엿새째인 21일에야 무인잠수정 2대가 투입됐는데요. 미군 기술진이 운영했습니다. 이 장비가 얼마나 기능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늦게나마 무인잠수정이 투입됐다는 사실은 구조는 물론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이 장비가 필요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미군에게 빌릴 요량이었다면 왜 빨리 결정하지 못했을까요. 답답합니다. 무엇보다 실낱같은 희망이 기적으로 바뀌기를 손 모아 빕니다. 또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주요 장비의 도입과 운용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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