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성낙송 부장판사)는 갓 태어난 아기를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로 기소된 김모(23ㆍ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좌변기에서 낳은 아기는 살아서 출생했지만 직후 변기 물에 빠져 잠겨있다가 건져 올려질 즈음 이미 사망했으며 김씨가 그 아기를 비닐봉기에 넣어 버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호인은 아기가 살아서 태어났으므로 사체유기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김씨가 변기에서 꺼낸 뒤 상태를 확인하고 유기했으며 당시에는 아기가 숨을 거둔 상태였으므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아기를 출산해 사망하자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버린 것은 사체에 대한 경건한 사회적, 종교적 감정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지만 “예정되지 않은 시점과 장소에서 출산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월께 평소에 알고 지내던 남성 사이에서 임신을 했단 사실을 깨닫고 산부인과를 찾아가 확인했지만 이미 임신 3개월이 넘었다는 진단을 받아 낙태를 포기했다. 그 후 김씨는 6개월이 지난 8월 근무하던 회사의 여자화장실에서 약 2kg의 미숙아를 출산했다. 하지만 아기는 변기 속에 빠져 곧 숨을 쉬지 않았고 당황한 김씨는 아기를 검은색 비닐봉지에 싸서 변기 옆에 있는 휴지통 안에 넣어 사체를 유기했다.
1심은 김씨가 아기를 버리기 전에 이미 사망했을 개연성이 있는 등 공소사실이 완벽히 입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한 뒤 물에 빠져 숨진 아기를 휴지통에 버린 혐의(사체유기)를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