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세입자인 성모(39)씨. 그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다. 남편과는 사별한 상태다. 성씨의 4남매는 국가의 지원으로 양육하고 있다. 그날 이웃 주민인 일용직노동자 김모씨가 갑자기 문들 두들겼다. 불이 났다고 했다. 불길을 피하기 다급했을 것이다. 미처 챙기지 못한 아기 신발은 시커먼 그을음이 묻은 채 덩그러니 방문 앞에 놓여 있었다.
12일 만난 성씨는 "아이 네 명 중 두 명은 퇴원해 지금 임시 대피소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며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전 재산이 다 타버렸는데 앞으로 애들을 어떻게 키울지 걱정된다"고 연신 흐느꼈다.
이날 확인한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의 사고현장은 유달리 화재에 취약해 보였다. 집안 곳곳에는 비닐들이 처참하게 녹아 있었다. 겨울철 임시방풍을 위해 설치했던 것이다. 천장에는 녹아버린 플라스틱 패널이 놓여 있었다. 불길에 약한 소재들이다. 바로 옆 모텔에서 거주하는 이모(70)씨는 "여기 사는 사람은 사고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다. 너무 딱하다"고 말했다. 다른 50대 주민도 "여기 사는 사람은 스프링클러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즉 '안전 취약층'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의정부 화재 참사 피해자들은 이 다세대주택으로 1차적 불이 번졌다고 했다.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곳 주택의 플라스틱 패널과 비닐로 불이 번지기 시작해 빠르게 확산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곳을 우선적으로 진화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박모(68)씨는 "옆에 큰불이 나다 보니 소방관들이 우리 집은 신경을 못 썼다"며 "불이 옮겨붙은 지 한참 지난 후에야 겨우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기는 했지만 닿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드림아파트에 거주했던 박성민(28)씨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이 골목에서 살고 있던 이들은 현재 큰 소외감을 느낀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화재현장 부근에 사는 60대 한 남성 주민은 "이들이 피해 입은 것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피해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인 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않고 확대된 경위와 진화 과정 등을 다각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