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외환시장 공동 개입 가능성에 유로화 막판 급등
유로화의 추가 급락을 막기 위해 미국, 유럽국가 등이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공동 시장 개입 기대감이 높아진 데 힘입어 20일(현지 시간) 장중 1.23달러 선까지 추락했던 유로화가 막판 급등하며 1.25달러 선으로 회복했고, 21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1.26달러를 회복하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이후 17%나 폭락한 유로화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유로존(유로화를 함께 쓰는 16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신흥국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가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르코 애넌지에타는 "유로화가 1.1달러선까지 하락한다면 유럽은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재무부 국제경제 자문역인 테드 드루먼은 "정부가 유로화 폭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주로 약세를 보이는 통화를 사들이고 강세를 보이는 통화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로화 도입 초기인 2009년 9월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30~50억 유로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2개월 후 유로화 가치가 0.87달러까지 폭락하자 유럽중앙은행(ECB)는 추가로 유로화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이나 유로존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 지출을 집행하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외환시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은 "유로화의 폭락 사태가 진심으로 우려된다"면서도 "하지만 현 수준에서 즉각적인 행동을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개입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다니엘 타룰로 이사는 역시 "우리는 이달 초 복원한 FRB와 ECB의 통화 맞교환(스와프) 조치 이외에 추가적인 행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가에서는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도카이도쿄 증권의 니헤이 요 트레이더는 21일 "유럽 연합(EU)이 위기 해결을 위해 추가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 같은 기대감이 유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BBH의 외환시장 전략가인 마크 캔들러는 "유로화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가 부담스러운 경우 구두개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WSJ는 유로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8년처럼 외환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재정적자와 경제 회복에 대한 암울한 전망 등을 감안하면 최근의 유로화 가치 추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로화 하락은 제품 가격을 떨어뜨려 수출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英·佛 "글로벌 금융규제 긴밀 협력"
사르코지·캐머런 정상회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새로운 국제 금융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는 이날 저녁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에 보조를 같이하겠다"고 천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오늘 사르코지 대통령과 공유한 의제 가운데 하나는 다가오는 G8(선진8개국),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금융시스템 개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업은행이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은행의 대형화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은행 규제 방안을 영국과 프랑스가 지지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영국, 독일, 프랑스가 (금융규제와 관련해) 공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의 재정위기 대응 문제를 놓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유로존의 개혁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와 나 사이에 의견 불일치는 없다"면서 "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독일의 공매도 금지규제 발표를 둘러싸고 프랑스와 독일이 마찰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같이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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