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17일] 공기업개혁 속도 높이자

이제 총선이 끝나고 새 정부는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했다. 그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명박 정부가 미뤄뒀던 일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와 공공 부문 개혁이 그것이다. 두 가지 과제 모두 올해 내에 승부를 보겠다고 정권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운하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또 정치권의 협조도 쉽지 않아 현재로서는 그 추진여부가 불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에 국민여론 수렴작업을 끝내고 하반기에는 추진이든 아니든 결론을 내려 불필요한 역량낭비를 줄여야 한다. 반면에 공기업개혁은 이미 당위성이 확실하고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했으니 추진하는 것만 남았다. 반대여론도 거의 없다. 감사원의 공기업감사 중간결과를 살펴보면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모럴헤저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다니고 과도한 골프접대를 하고 상품권을 사서 나눠 가지는가 하면 고액연봉인데도 모자라 근무하든 안하든 시간 외 근무수당을 챙겨 받고 연말에는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분식회계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등에 업고 지원기업의 경영진을 압박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보인다. 실상이 이런데도 당사자들은 변명이 많다. 감사원 감사를 표적감사라고 불평을 털어놓으면서 마치 감사가 잘못된 것인 양 적반하장격의 주장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봉급 좀 올려받았는데 어떠냐”는 식의 당당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감사원 감사를 더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기존에 감사를 받지 않은 모든 관련 기관까지 확대해서라도 방만경영의 뿌리를 뽑아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면 공기업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감사원의 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감사가 끝나고 한동안은 몸조심하다가 방만경영은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또한 참여정부에서는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위해 공기업에 대한 감독권·인사권·예산권을 기획예산처에 몰아줬으나 오히려 참여정부 5년 동안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더 심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하에 이제 정부주도의 종합적 구조조정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방만경영을 치유하고 공기업을 국민의 기업으로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일, 더 이상 국가가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기능 등은 과감하게 손을 떼 시장에 맡기고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는 곳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면서 존치되고 있는 기관은 민영화하거나 청산해야 한다. 물론 이런저런 핑계로 정부관료나 모회사의 퇴직직원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를 골라내는 것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또한 기능이 유사한 기관이나 난립돼 있는 지점ㆍ지사ㆍ해외현지법인 등도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 나머지 기관들도 아웃소싱할 수 있는 것은 아웃소싱하고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나가 꼭 필요한 기능만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기업개혁을 수행해나가는 데 있어 유의할 점이 있다. 개혁은 그 개혁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노조의 반대, 정치권의 비협조 등으로 좌절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타임스케줄을 마련하고 일관되게 밀고나가야 한다. 또한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구조조정을 핑계로 참여정부 인사를 축출하고 이명박 정부의 자기사람 심기가 이뤄져서도 절대 안 될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개혁 추진상황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너무 오래 참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공기업 개혁에 대한 당위성 확보와 이에 따른 국민의 공감대 형성 등 제반 기반은 모두 갖춰졌다. 이명박 정부의 의지와 능력을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