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민간분양 침체 속에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루는 건설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공급물량이 전무했던 김포 한강신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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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공순위 10위권내 대형건설사인 A사의 올해 분양 계획물량은 2개 단지, 총 670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공급하겠다고 밝힌 단지들도 원래는 지난해 공급을 마무리 지으려 했던 곳들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아진다면 공급 물량이 늘 수도 있겠지만 현재 확실한 곳은 2곳뿐이다”고 말했다.
#2. B건설사는 올해 1만여 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1~2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일정 대부분을 ‘미정’으로 잡아 놨다. 1월 중 분양하겠다던 단지가 3월 이후로 미뤄지는 등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1만여 가구의 공급이 이뤄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민간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다. 꽁꽁 얼어붙은 분양 시장 탓에 건설사들이 분양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물론 당초 1~2월 계획했던 ‘마수걸이’ 분양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30일 금융결제원 및 업계에 따르면 1월 전국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는 총 4개 단지 488가구에 그쳤다. 그것도 지방업체가 근거지에서 공급하는 100여 가구 규모 아파트가 대부분으로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단지는 단 1곳도 없었다.
2월 공급물량 역시 현재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월 전국에서 11개 단지, 5,6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30일 현재 이미 3개 단지, 3,331가구의 분양 일정이 3월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로 보면 당초 롯데건설이 1월 공급을 계획했던 서울 불광동 단지 역시 일정이 계속 지연돼 3월 이후에야 나올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성동구 옥수동에서 분양하는 래미안도 견본주택 개관 일정이 3월 초로 늦춰졌다. 울산 무거동에서 GS건설과 두산건설이 내달 공급하기로 했던 922가구도 3월 이후로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용인 기흥 서해그랑블 236가구 역시 현재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분양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분양실적을 집계한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분양이 크게 줄면서 건설사들이 납부하는 회비마저 들어오고 있지 않아 협회 운영마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민간 아파트의 공급 위축 현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의 미분양 부담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분양 침체 현상이 극심한 김포 지역에서는 많은 건설사들이 올 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H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회사의 올해 첫 분양으로 4월 김포 물량이 잡혀 있었지만 지역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단 하반기로 미루고 다른 지역부터 분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건설사 관계자 역시 "분양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주택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하는 등 여러 수단을 찾아보고 있어 예정보다 분양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새해 들어 민간 분양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올해 계획했던 17만 여가구의 공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신규 분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 주택시장의 회복이 전제돼야 하는데 아직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며 “오는 3월 분양 계획 물량은 1~2월에 비해서는 훨씬 많지만 실제 일정대로 공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