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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친박 핵심인 이병기 국정원장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핵심 국정과제 추진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내각 '빅3'를 친박 중심으로 구축한 것에 이어 청와대 수장도 측근을 기용함으로써 경제 활성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취임한 이 원장을 1년도 채 안 돼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전형적인 '돌려막기 인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이 기대하는 국민통합형 인선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친박 핵심으로 꾸려진 내각ㆍ靑 수장=박 대통령은 내각 3인방에 이어 청와대 비서실장도 친박 인물을 뽑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 활성화, 4대 부문 구조개혁 등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국정과제에 대한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에 치우쳤던 권력의 추는 내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을 역임한 이 내정자가 북한문제·한일관계 등 외교 부문에 비중을 두는 대신 경제관련 업무는 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으로 권한과 책임이 대폭 이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 '작은 청와대'를 표방했다. 하지만 원칙과 소신을 내세워 국정운영에 융통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정책을 막후에서 조율하며 실세 역할을 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청와대가 내각을 꼭두각시처럼 조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졌고 부처 장관들은 책임 장관은커녕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비서들로 보여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한 청와대 모델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났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아니라 내각이 정책 수립과 집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등 내각 '빅3'를 친박계 인물로 진용을 꾸린 것도 이 같은 통치 스타일 변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내정자의 역할과 권한은 상당 부분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올 한 해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기로 한 만큼 현 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 최 경제부총리가 3각 편대를 구축해 경제 분야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일방통행 접고 소통 통해 정책조율=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소통 부재'라는 꼬리표다. 반복되는 국무총리 인선 실패, 조율되지 않은 정책 발표 등으로 '불통 청와대'라는 오명을 썼던 만큼 당정청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 개편, 공무원연금 개혁, 증세와 복지, 지방세제 개편 등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제들은 당정청 협력이 어그러지면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특히 야당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도루묵이 되고 만다.
박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전에도 당정청 회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서 당정청 협의를 더욱 체계화·공식화·정례화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고위 당정청 회의 등을 최대한 활용해 의견을 조율하고 추진 상황을 관리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말정산 폭탄, 건보료 개편 혼선, 자동차세 인상 등을 놓고 당정청 간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국정운영에도 차질을 빚은 만큼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 내정자는 외교관 출신으로 처신이 신중하고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야당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문재인 대표 등 새로 진용을 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어젠다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국회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복지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 증세 등을 통해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충당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 타협점 모색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