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통신장비社 실적악화 신음

IT산업 거품붕괴 충격파 예상보다 길어져 미국 통신장비업체들의 '고통의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초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버블붕괴'의 직격탄을 맞았던 통신장비업계가 실적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통신장비업종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잠시 제기됐으나 최근들어 부정적인 전망 일색으로 바뀐 것이다. 광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최근 2002회계연도 1ㆍ4분기(2001년10~12월) 실적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루슨트의 최고경영자인 헨리샤트는 "모든 고객사들이 설비투자를 15~20% 삭감하고 있다"며 "통신업계의 1ㆍ4분기 실적은 사상 최악"이라고 밝혔다. 시에나는 올 회계연도 4ㆍ4분기(8~10월) 실적 전망치는 충족했으나 내년초에 영업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또 다른 광통신장비업체인 글로벌크로싱은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크로싱은 지난달부터 채권단과 22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변제 협상을 하고 있으나 상황이 비관적이다. 13일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만에 3분의 1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꺼리고 통신장비업체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통신장비업체들의 고용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 대규모 감원 카드를 잇따라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퀘스트커뮤니케이션은 13일 내년 중반까지 전체 인력의 11%에 달하는 7,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이미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루슨트, 시스코 등도 추가감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 노동통계국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올 3월부터 11월까지 통신장비업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부문의 고용규모는 3.4%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비농업부문의 고용 감소폭인 0.9%보다 네배 이상 높은 것인데, 그만큼 통신장비업종 등이 미국 경기침체의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과잉설비, 누적재고 등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돼야만 통신장비업종이 비로소 회복세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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