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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잡을 데 없는 문장력을 지닌 스타일리스트', '가장 정확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저자가 17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 소설 '독고준'은 스타일(형식)과 메시지(내용)를 모두 갖춘, 오직 고종석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소설은 '광장'의 작가이자 지난 시대 최고의 소설가 최인훈이 미처 끝내지 못한 '3부작'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최인훈은 독고준을 주인공으로 삼은 두 연작 장편인 '회색인'과 '서유기'에서 실천이성 바깥의 관념에 몰두하는 인간을 회색인이라 부르고 그 회색인의 관념 여행을 '서유기'라 불렀다.
그가 창조해낸 회색인 독고준은 월남민 출신의 국문과 대학생으로 소극적이고 회의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4ㆍ19혁명 한 해 전인 195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두 소설은 모두 1960년대에 발표됐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2010년 고종석은 젊은 시절에서 멈춰 버렸던 독고준의 이후 삶을 그려냈다. 두 연작 장편 이후 3부작을 완성하지 못하고 병상에 누운 최인훈을 대신해 완성한 것이다.
소설에선 1960년 4ㆍ19혁명에서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어진 아버지 독고준의 회색 일기에 레즈비언인 딸 독고원이 자신의 삶을 포개는 형식을 취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던 날, '관념소설'을 쓰며 회색인이라 불렸던 유명 소설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소설은 독고원이 화자가 돼 아버지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들에 자신의 일상을 겹친다.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스스로의 삶, 소수종파 기독교도인 엄마, 이혼한 남자의 후처가 된 여동생 선의 가족, 자신의 동거인이자 유명 드라마 작가인 연희 등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이어진다. 거장의 연작 소설 완결판이란 점에서 부담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담담하면서도 세련되게 현대인의 고뇌와 감성을 들춰내는 고종석의 글은 여전히 진가를 발휘한다. 1만 3,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