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터뷰] 이원조 DLA파이퍼 한국사무소 대표

전문성 있는 한국로펌과 사안별 제휴할 것<br>배타적으로 한 로펌과의 관계만 강화할 생각 없어<br>32개국 78개 사무소… 기업 해외업무 동시진행 강점<br>시장개방은 국내 로펌에도 경쟁력 높일 좋은 기회


지난 1일 한국 법률시장의 2차 개방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유럽계 로펌에는 외국법 자문뿐 아니라 한국 법무법인과 연계해 일부 분야의 국내법 사무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2차 시장 개방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계 로펌들은 지금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 걸까. 세계 최대 규모 로펌인 영국계 DLA파이퍼의 한국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조(사진) 변호사를 만나 앞으로 DLA파이퍼의 구상을 들어봤다.

"이제 공동 수임이 가능한 분야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등록 절차 등이 마련됐으니 여기에 맞춰 나가면 될 일입니다. 사안별로 전문성이 뛰어난 한국 로펌들에 공개적으로 공동수임을 요청하는 방식을 취할 계획이고, 배타적으로 한 로펌과의 관계만을 강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7일 서울 을지로에 자리잡은 DLA파이퍼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이원조 대표는 2차 개방 이후의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까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해 나가겠다는 의미지만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 대표는 "DLA파이퍼 이름 하에 운영되는 전 세계 사무소에서 한국과 관련된 의뢰가 적지 않게 넘어온다"며 "지금까지는 국내법에 전혀 관여할 수 없었기에 다른 한국 로펌에 그대로 일을 넘겼었지만 앞으로는 일부 영역이지만 일을 맡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본사에서 변호사 1명이 더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DLA파이퍼는 세계 32개국에 78곳의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4,200여명의 소속 변호사를 거느린 영국계 대표 로펌 중 한 곳이다. 지난 한 해 매출은 24억달러(한화 약 2조6,000억원)로 전세계 로펌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법무부로부터 외국법자문사 인가를 받아 국내 13번째 해외 로펌으로 등록했으며 한국사무소가 정식으로 개소한 것은 지난 1월이다. 이 대표는 DLA파이퍼 도쿄사무소에서 5년여간 근무하다 한국사무소 개소에 맞춰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표는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DLA파이퍼 본사의 관심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 5분의 1을 차지한다. 경제활동도 세 나라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으로 이뤄진다. 누군들 관심을 가지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의 규모 등을 볼 때 해외진출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만큼 법적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DLA파이퍼가 한국 로펌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DLA파이퍼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각지에 78곳의 사무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기업들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 대다수를 커버하는 수준"이라며 "한국기업들은 DLA파이퍼의 한국사무소를 플랫폼으로 삼아 해외 각지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는 비용까지 상당히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으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사소한 법적 트러블 등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 직원들을 해외 출장 보내던 일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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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법률시장 종사자들로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법률시장 개방이 예고된 순간부터 선진화된 시스템과 양질의 변호사로 무장한 외국 로펌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 버리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줄곧 법조계를 맴돌았다.

한편에서는 개방의 충격을 크게 받지 않은 일본 법률시장과 비교하며 '그리 겁먹을 것 없다'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일본의 10대 로펌 가운데 8곳은 토종 로펌이다. 일본 법률시장을 실제 경험해본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 대표는"일본을 바라보며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의 기업들은 한번 맺은 협력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특유의 파트너십이 있다"며 "법률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신규업체들이 가격이나 여러 모로 아무리 유리한 제안을 해도 기업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로펌들이 일본 법률시장 개방에 발맞춰 무수히 들어갔다가 기업들과 계약을 맺지 못해 적자를 거듭, 그대로 문닫고 나온 데가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좀 다르다."우리나라 기업들은 효율과 가격경쟁력 등을 훨씬 중시한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투명성을 굉장히 중시하기에 보통 입찰을 받는다. 누구라도 실력만 있다면 일을 따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언제든지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결국 시장 개방은 분명히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1년만 해도 18개의 국제적 로펌들이 한국을 찾았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로펌들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시장 개방이 외국 로펌뿐 아니라 국내 로펌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특히 실력 있는 변호사들에게는 오히려 좀 더 좋은 일자리, 좀 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2016년부터 한국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된다고 해도 한국변호사 라이선스가 없는 외국변호사가 한국법을 다룰 수는 없기에 실력있는 한국변호사들의 몸값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로펌에 대해서도 "외국 로펌들이 한국 로펌과 공동 수임을 생각 할 때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비용 면에서는 장점이 있는 중소형 로펌들을 선호할 수 있다"며"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전문성 있는 분야를 키워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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