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펴낸 정책현안 보고서 중 핵심내용이 민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통째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실이 국감에 앞서 최근 펴낸 '2009 국정감사 정책현안 보고서' 중 '잠재성장률 저하와 대책' 부분이 지난 8월4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잠재성장률 추이와 부진 원인' 보고서 내용을 아무런 주석이나 인용표시도 없이 그대로 갖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재위는 정책현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1970년대 이후 대외충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인한 수출급감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8월 펴낸 잠재성장률 보고서에 쓴 도입부분과 완전히 일치한다. 또 기재위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고용불안이 지속되는 등 경제활력이 저하됨에 따라 잠재성장률의 급락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부분이나 대책 방향으로 ▦글로벌 R&D 센터를 유치해 미래 성장동력의 기술력 및 인력 확보 ▦고령화에 대비한 다양한 고용 시스템 구축 ▦여성인력의 활용 확대 도모 등으로 제시한 해결책까지 삼성연구소 보고서 내용과 같았다. 퇴직인력에 대한 전직지원(outplacement) 같은 전문용어를 번역한 단어까지도 일치했다. 심지어 국회가 참고자료로 제시한 '주요국 잠재성장률 조정' 표까지 삼성연구소의 보고서를 그대로 갖다 썼다. 정부나 국책연구소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 민간연구소의 일부 내용을 반영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특정 이슈와 관련해 배경 설명부터 문제점 지적, 대책 방향까지 민간연구소의 보고서를 조사나 어미, 단어선택에 있어서까지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은 사실상 '표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는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밝힌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까지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정책현안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 국내 잠재성장률을 4% 후반대로 유지했으며 '2009~2013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는 오는 2011년 이후 잠재성장률 5%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을 4% 후반대로 분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어디까지나 관점의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가 같은 수치를 제시할 이유는 없지만 민간연구소의 보고서를 그대로 갖다 쓰는 과정에서 정부의 시각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3%대로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그렇게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독창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여기저기 자료를 발췌해 의견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