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대전] 특별기고.. 규제는 풀고 감독은 철저히

금융감독원의 김기홍 부원장보가 서울경제신문에 특별기고를 보내주었다.金부원장보는 기고에서 『지난 80년대 후반 정부가 27개 생명보험사 설립을 한꺼번에 허용해주고, 물가관리라는 명목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온 결과 시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책실패를 인정했다. 또 『감독 당국도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가입자 권익 보호라는 핵심적 감독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경영지도식 구태의연한 감독방식에만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金부원장보는 『앞으로의 감독방식은 시장에서 보험사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대신,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확보토록 하는 사후 감독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자율경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시한을 정하고 추진하는 일과성 과제가 아니라 급속히 글로벌화되고 있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필수과업』이라고 못박고 『보험산업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60년대 이후부터 연평균 20%가 넘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이에 따라 보험산업은 은행·증권과 함께 국내 금융산업의 주요 3대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98 사업연도의 수입보험료 총액은 62조원, 총자산은 112조원을 기록했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시장 규모면에서 세계 6위의 보험대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보험산업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양적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현재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야만 시장규모에 걸맞는 보험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보험사 재무구조의 취약성과 보험시장의 후진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은 보험회사를 경영하는 대주주 및 경영진의 경영전략 실패와 이들을 관리·감독했던 정부 및 감독당국의 시행착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보험사 경영전략은 경영효율화를 이루어 이익을 창출한다는 기본원리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었다. 대신 외형성장을 추구하는 중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을 시현하겠다는 식의 매우 위험한 경영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행히 70~80년대에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선발 보험사들은 위험한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성장세에 들어선 80년대 후반 이후 설립된 보험사들 대부분은 부실화되었다. 이들 중 4개 생보사는 작년에 퇴출됐고 올해에도 6개 생보사가 매각을 기다리는 운명에 처해있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외국보험사들이 자신들의 규모에 맞는 특화전략으로 수익성 위주경영을 적극 구사한 결과 현재 건실한 회사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부는 80년대 후반 미국 등으로부터 보험시장개방 압력을 받자 국내외사업자에게 27개의 생보사 설립을 일시에 허용했다. 이 결과 당시에 인가 받은 국내생보사 대부분이 부실 보험사로 전락했다. 앞으로의 경제여건과 시장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한 정책적 판단착오와 당시의 정치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변화된 시장질서에 걸맞는 새로운 보험제도와 감독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보험사 설립을 허용한 점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신설사의 초과사업비 사용을 5년 동안 이연한 후 6년차부터 상각하도록 허용해 준 이연상각제도는 신설보험사의 초기경영진들이 무모할 정도로 양적성장위주 영업을 하도록 부추긴 꼴이 됐다. 그 결과 상각기간이 도래한 90년대 중반부터 신설보험사들이 대량으로 부실화된 것이다. 이런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보험시장은 구조적인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의 모집제도, 현금흐름(CASH FLOW) 목적의 보험사업자위주 보험상품 등으로 보험시장의 가격·상품·유통구조 모두가 매우 후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손해보험산업도 물가관리라는 명분으로 자동차보험료의 인상을 수년간 억제해 시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동차보험 영업의 손실을 보전시켜 주기 위해 화재·해상 등 다른 손해보험 종목의 보험료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함에 따라 가입자간 보험료부담의 형평성을 손상시킨 것이다. 자동차보험료는 95년부터 현실화됐으나 손해보험 종목간 손해율 차이 문제는 시장개방화 등과 맞물려 아직도 우리 손보시장의 낙후성으로 지적받고 있다. 감독당국도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보험가입자 권익보호라는 핵심적 보험감독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채 경영지도식의 구태의연한 감독방식에만 너무 치중했다고 판단된다. 이렇듯 보험사 경영진과 정부 및 감독당국 모두가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부실화와 후진성에 책임이 크다할 것이다. 또한 보험산업의 특성상 소비자 민원이 다른 금융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반국민들이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문제점들은 보험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의 공통적인 문제라 생각된다. 이러한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낙후성은 결국 IMF관리체제라는 국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우리는 현재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체질을 선진국형으로 바꾸려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판단된다. 부실기관 정리 등 지금까지 추진되온 양적인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국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큰틀을 짠 것일 뿐, 큰틀에 맞는 내용물을 담아야 하는 질적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에따라 보험감독의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방식은 정부가 보험산업을 육성·보호하는 대신 보험시장을 엄격히 통제하던 사전감독방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장에서의 보험사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시장규제를 과감히 푸는 대신 보험사 건전성을 확보토록 하는 사후감독방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앞으로 보험사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불필요한 규제는 계속적으로 철폐 또는 완화할 계획이다. 시장기능과 경쟁원리에 따라 보험사들의 생존력과 국제경쟁력이 함양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요율자유화 일정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도 시장기능을 확대하고 자율경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보험감독의 핵심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보험사의 건전성제고를 통한 보험시장시스템 안정이다. 둘째는 보험가입자권익을 보호해 보험산업의 사회적역할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급여력제도의 단계적 강화, 리스크관리 중심의 건전성 감독체계 구축, 적기시정조치의 시행 등을 통해 보험사의 건전성 감독은 강화될 것이다. 또 보험가입자의 보험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점차 해소하고 민원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보험상품·약관 및 모집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감독기관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군림하는 자세와 권위적인 행태가 아니라 진정으로 보험산업 선진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기르며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에게 봉사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시장기능과 자율경영을 강조하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사의 경영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근본적인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보험사 대주주와 임직원, 소액주주와 보험가입자 등 보험회사에 관계된 이해당사자간의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고 책임이 분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해야만 보험사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는 보험산업을 선진화시키기 위한 정책 및 제도개선 보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과제라 판단된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독립보험계리인·여신위원회·사외이사·사내외감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시한을 정하고 추진하는 일과성 과제가 아니라, 급속히 글로벌화되고 있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필수적인 과업이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현재 부실보험사 추가 구조조정, 보험수요 감소, 경영리스크 및 경쟁심화 등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보험산업은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21세기의 중추적 금융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국가와 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는 보험의 본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위해 보험산업 운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며, 보험인 모두의 지혜와 노력으로 반드시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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