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 진단]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질 때

[데스크 진단]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질 때 훌륭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쓸모없게 된 기존 시설을 부숴야 한다. 하지만 전부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 지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반대로 비용을 아끼려고 그대로 둔다면 부실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부실기업 퇴출판정은 우리 경제구조를 리모델링(재건축)하기 위한 `터닦기'라 할 수 있다. 판정결과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완벽한 공사를 위해서는 기초공사가 중요한 만큼 확실하게 터를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국민들이 치러야 할 비용을 감안할 때 그만하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판정결과에 대해 논란이 있겠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판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과 기업들은 회생대책과 시정작업을 확실하고도 꾸준하게 해야 한다. 은행들은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 시장에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고, 회생판정을 받은 기업은 산업 및 금융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 중요한 일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기업에 대해 끊임없이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특정기업에 대해 뒤늦게라도 잘못 판정했다는 인식이 들면 그 기업을 곧바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이 또다시 지연될 공산이 크다. 회생판정을 받은 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은양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고, 은행들이 판정 잘못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기업에 질질 끌려 다닌다면 또다시 불안감이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또 한번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달 중에 가시화될 금융구조조정은 터닦기가 끝난 경제체질개선사업의 기초공사라고 할 수 있다. 기초가 부실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듯이 금융구조조정을 해당기관에 맡겨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주요 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관치(官治)가 아니라 바로 시장경제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복지부동이요, 직무유기다. 우리 금융기관이 잘못된 근본적인 이유는 권한은 정부에게 있고 책임은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돌아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권한이 가장 크고 주식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정부가 앞장서 구조조정을 위한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반면 주력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내에서는 증시침체와 자금시장 경색, 내수침체로 경기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모두가 새롭게 마음을 다져 개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IMF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할 때가 많다. 이번 2차 기업퇴출은 우리가 IMF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살아 남은 기업, 판정한 은행, 지휘한 정부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제2의 도약에 나서야 한다. 金埈秀 정경부장 입력시간 2000/11/03 16:4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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