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했음에도 잔고 증가액이 4,0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주요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금리마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당국의 대출규제로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시중은행 전체 대출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주택대출 영역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운용수단을 잃은 은행 영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주요 4개 시중은행의 지난 13일 기준 주택대출 잔액은 133조7,87억원으로 6월 말 대비 4,44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달 전인 6월15일 기준으로 보름 동안(6월1~15일) 증가액이 1조1,898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또 감독당국의 총량 규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주택대출을 아예 중단해버렸던 6월16~30일까지 증가액인 2,853억원에 비해서도 별로 늘지 않은 금액이다. 시중은행 여신부의 한 관계자는 “6월 말에 밀려 있던 대출수요가 이달 초에 몰려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이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수요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줄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경착륙의 전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7월에는 주택대출을 재개해도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연 감소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심각할지는 몰랐다”며 “특히 지방지역은 부동산 및 주택대출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둔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 관계자들도 우려 섞인 시각으로 자금 흐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택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조원으로 예금은행의 총대출액인 645조원의 31%에 해당한다. 은행 대출의 3분의1을 구성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주춤하니 여신 포트폴리오를 갑작스럽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출원을 중소기업 및 소호대출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으나 주택대출 둔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면 영업에 다소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ㆍ중소기업ㆍ소호대출 등을 늘리고 있지만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은행 입장에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