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독과점 이유로 합병 불허 결정은 타당"

법원, 잇달아 공정위손들어줘<br>"기업결합 심사 경쟁력보단 경쟁제한 여부가 판단 잣대"<br>삼익악기등 패소…공기업 M&A 심사때 영향 미칠듯


최근 수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독과점을 이유로 내린 합병 불허 등의 조치에 기업들이 반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기업 경쟁력보다 독과점 등 경쟁제한 여부를 우선하는 공정위의 심사기준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수합병(M&A)이 기업들이 주요 전략으로 부상하고 산업은행 등 다수의 공기업들이 민영화될 예정인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와의 합병 불허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불허 결정이 타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동양제철화학의 컬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C) 인수건에 대해 공정위가 승인조건으로 일부 사업 매각을 지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4~2005년 공정위가 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이 두 사건은 기업결합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독과점 여부를 이유로 불허가, 일부 사업 매각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고 기업들은 이에 대해 공정위가 국내 상황을 감안, 글로벌 경쟁력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삼익악기ㆍ영창악기 기업결합의 경우 국내의 영세한 업계 현실에 비춰 양사의 결합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에서 양사가 합병할 경우 국내 피아노 시장 점유율이 92%에 달해 독과점에 해당된다며 M&A를 불허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재계는 국내시장만 보고 독점 운운하는 것은 해외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라며 강력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6월 공정위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데 이어 5월29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동양제철화학ㆍCCC M&A 소송에서도 최근 고등법원이 공정위의 행정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동양제철화학은 2005년 11월 미국 JP 모건 계열 사모펀드인 OEP와 공동으로 세계 3위 카본블랙(타이어용 고무) 생산업체인 CCC를 인수했다. 동양제철화학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이 같은 M&A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에서 양 기관이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 64%로 독과점 기준(50%)을 초과한다며 공장 일부 매각 조건을 달았다. 동양제철화학은 이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삼익악기와 동양제철화학 M&A 소송은 기업결합 심사시 경쟁력과 독과점 여부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는가를 판단하는 잣대”라며 “법원이 잇따라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국책은행 등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M&A 심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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