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엔화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 한시름 놓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급등하기 때문이다.
김포에서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모(56)씨.
그는 지난 2006년 초 집과 부동산을 담보로 당시 2억엔대에 달하는 엔화대출금을 연 1% 후반대의 금리로 빌렸다. 당시 환율은 100엔당 830원대.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현재 김씨는 집도 잃고 월세 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엔화 환율은 100엔당 1,300원대로 뛰어 원리금 상환부담도 그만큼 가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리는 어느새 4%대로 올랐다고 한다.
4월 말 현재 금융권의 엔화대출 잔액은 154억8,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6조원을 훌쩍 넘는다.
상당수의 엔화대출자들은 중소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출입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 이들은 엔화대출을 받을 당시 은행들로부터 "일본은 장기간 제로금리정책을 펴고 있으니 은행들이 이를 싸게 빌려와서 국내에서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이라는 소리만 믿고 별다른 고민 없이 적게는 1인당 수천만엔에서 많게는 수억엔 이상의 돈을 주택ㆍ공장 등을 담보로 빌렸다고 한다.
최근 엔화 환율이 널뛰기를 하자 이들의 가슴이 다시 울렁거리고 있다.
은행 측은 이와 관련, "최근 환율상승 부담에 따른 엔화대출 부담 가중 위험성을 각 지점을 통해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엔화대출자들은 은행 측의 위험 통보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통보를 받더라도 대출을 상환할 형편이 못돼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한다.
현재 엔화대출자 가운데 일부가 '엔화대출자들의 모임(엔대모)'라는 단체를 만들어 국회와 정부, 금융권에 탄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근근이 만기 연장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