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대학 MBA 과정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쟁률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황일수록 자신의 몸값을 높여 경기가 회복됐을 때를 미리 대비하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각 대학 경영전문대학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입생 모집 결과 주요 MBA 과정의 경쟁률이 대부분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주간 과정의 경우 서울대 '글로벌MBA 과정'은 50명 모집에 214명이 지원, 4.2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이 과정의 경쟁률은 3.52대1이었다. 성균관대 'SKK GSB 과정'도 60명 정원에 164명이 지원해 2.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경쟁률(1.62대1)을 상회했다. 주간 MBA 과정을 밟으려면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거나 그만둬야 한다. 당장 경제적 수입이 끊기는데다 졸업후 재취업도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려운 결정이다. 성균관대 MBA 관계자는 "직장을 그만두는데 대한 리스크 때문에 지원자 중 상당수가 막판에 계속 회사를 다니겠다며 진학을 포기했다"면서 "이런 상황에도 주간 과정의 지원자 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자기계발이나 커리어 전환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 MBA 주간 과정에 진학할 예정인 조모(35)씨는 "직장은 그만둔다는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그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면서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지만 과정을 이수하는 2년 뒤에는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야간 과정의 인기도 높다. 60명을 뽑는 서강대 'Pro-MBA 과정'에는 178명이 지원해 2.9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한양대 '글로벌MBA 과정'과 성균관대 'EMBA 과정'도 각각 2.16대1과 2.66대1의 경쟁률을 보여 지난해보다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 오는 10~11월에 내년 상반기 야간 과정 신입생을 모집하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지원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세대 corporate MBA와 고려대 Korea MBA는 지난해 각각 8.85대1과 7.27대1의 경쟁률을 보였었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 MBA에 직원을 파견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내 대학 MBA 과정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지원자 수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국내 MBA 재학생의 30% 가량은 기업의 파견 교육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