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미FTA, 정부는 당당한가

다음달 10일부터 14일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본협상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협상 장소는 미무역대표부(USTR)ㆍ상무부 등 정부 부처의 회의실이었다. 왜 우리 정부는 정부 청사를 놔두고 초특급 호텔을 협상 장소로 선택한 것일까.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 건물에 15개 이상의 회의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소가 없다”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세종로 정부 청사와 별관인 외교통상부 건물, 주변 문화관광부 등의 회의실 여건을 모두 살펴봤다고 하는데 솔직히 수긍이 되지 않는다. 세종로 주변의 정부기관만 해도 10개가 훨씬 넘는다. 국정의 중심에 있는 한미 FTA 협상에 관련되지 않은 정부 부처가 없으니 회의실 협조가 안될 리 없다. 더욱이 일반인이 자주 드나드는 호텔은 정부기관에 비해 보안 유지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차 협상 당시 USTR 건물 앞, 입구, 엘리베이터 앞에서 3중 보안 검색을 실시했다. 외교통상부, 경찰 관계자 등 관계 기관이 모여 대책 회의를 갖고 고심 끝에 신라호텔을 협상 장소로 잡은 것은 대규모 반FTA 시위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산 밑에 자리 잡은 신라호텔은 시위대 진입이 매우 어렵고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쉽지 않다. 정부의 예상대로 한미 FTA 반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은 집회 장소 선정 및 행진시위 여부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시위 강도가 약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한미 FTA 저지 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은 피땀 흘려 일해도 하루 2~3만원 벌기가 쉽지 않은데 관료들은 수백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쓰고 있으니 격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부의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협상 장소는 미세하지만 협상단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청사를 협상 장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23일 재계를 향해 “협상에 당당하게 (재계의)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주문했다. 한미 FTA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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