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담금 과감히 정비해야

지난해 징수한 부담금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고 가짓수도 102개로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부담금 천국’임을 말해준다. 부담금은 정부가 각종 공익사업에 사용할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관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지만 액수가 조세수입의 10%를 육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는 이를 정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부담금에 집착하는 것은 우선 조세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관계 기업은 사업을 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설과 폐지가 비교적 자유롭고 징수가 쉬워 필요한 때는 언제나 재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부담금도 징수 목적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국민생활 향상에 도움이 된다지만 중복 부과나 모호한 산정기준 등 시정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요즘 기업들은 부담금이 아니더라도 각종 기부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좋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금은 기업의 투자 및 개인의 소비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부담금 증가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이제 부담금은 더 이상 “정비하겠다”는 립 서비스만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부담금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까지 제정했으나 부담금 징수액과 가짓수는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부동산안정대책으로 기반시설부담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도 정부가 부담금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신설을 억제하고 가능한 한 조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합리한 것은 없애고 기업과 개인이 납득할 수 있는 부담금만 남겨야 한다. 징수요율 등 부과요건도 법률로 규정하고 징수한 재원도 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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