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두산과 STX의 악연

[기자의 눈] 두산과 STX의 악연 박태준 june@sed.co.kr 지난 2004년 2월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엔진은 당시 선박엔진을 생산하던 ㈜STX(현 STX엔진) 주식 12.79%를 장내에서 취득, 대주주로 부상했다.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뒤 잇단 M&A 성공으로 ‘잘 나가던’ 강덕수 회장과 STX에게는 두산엔진의 지분 취득이 예상치 못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두산엔진은 단순 투자라고 해명했고 더이상 지분을 늘리지도 않았지만 STX는 STX엔진의 주력인 중소형선박 엔진 사업을 손에 넣어 제품 라인업을 완성시키기 위한 두산 측의 적대적 M&A가 아닌가 의심했던 것이다. 두산과 STX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년여 동안 조선 및 해운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 STX그룹이 이번에는 두산 측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은 두산중공업의 담수 플랜트 관련된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STX중공업 사장과 상무를 전격 구속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두산중공업에서 근무했던 담수플랜트 분야 전문가들이다. 두산 측은 “STX중공업을 포함해 책임 있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이들이 보유한 자료는 영업비밀이 아니고 채용 절차도 정상적이었다”며 맞서고 있다. 당사자들이 구속된 마당에 시비는 조만간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기자의 입맛이 더욱 씁쓸한 것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플랜트산업의 오늘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플랜트산업은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주금액이 3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플랜트시장의 최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2003년 연간 수주액이 64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3년여 만에 5배 가까운 고속성장을 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플랜트업체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칭송하는 해외 바이어들의 눈에 이 사건이 어떻게 비쳐질까 두렵다. 두산과 STX의 이런 소모적인 힘겨루기는 이것으로 끝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2015년 연간 수주액 1,000달러라는 우리나라 플랜트업계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력시간 : 2007/11/14 16:5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