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저금리정책의 양과 음

저금리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의 발언으로 채권시장은 또 다시 겨울잠에 빠졌다. 반면 환율은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실세금리가 10%를 돌파한 이후 상승기조를 유지하며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채권시장이 李장관의 강력한 저금리 기조 유지 천명에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증시는 활황장세를 이어왔고 이에 힘입어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신패러다임을 펼쳐갈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에게는 저금리가 기회와 희망을 싹틔운 기름진 옥토였다. 또한 저금리는 IMF체제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숙제였던 기업의 구조조정이 큰 무리없이 가능하게끔 만든 한 축임도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저금리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인플레이션과 대우채 환매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게 분명한 현실이다. 4월 총선이후 시중에 풀려 있는 100조원 이상의 돈을 흡수하고 경기회복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금리정책에서 선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13일 금감위원장에서 재경부로 자리를 옮긴 李장관은 취임사에서 『저금리정책 2~3년간 유지』를 못박아 이같은 시장의 관측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李장관의 발언이 국민의 정부하에서는 저금리정책을 고수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벤처기업가 시대의 기반을 굳건히 다지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오버」하는 것일까. 어쨌든 국민의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일관성있게 고수한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일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들, 예컨대 인플레이션 압력과 대우채환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는 2월8일로 예정된 대우채환매의 경우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지원과 투신권의 현금확보 등으로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물가상승도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 혹자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묶어두고 있는 만큼 다른 경제지표 하나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강한 억제발언에도 불구하고 원화절상 기울기는 매우 가파르다. 이는 시장이 정부가 환율지키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환율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겠다는 계산을 정부가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예상에서다. 벌써 일부에서는 정부가 하반기에 990원선대를 용인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의 원화절상 용인은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 뜨리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를 가져올게 뻔하다. 또한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가 저금리를 선택한 만큼 이제 환율정책을 어떻게 구사할지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재정적자에다 무역적자까지 중첩되는 쌍둥이적자 문제가 우리경제의 고민거리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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