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기업처리 “선택과 집중”(IMF구제금융 폭풍/재계 생존전략)

◎화의 부정적… 일부 매각·청산 택할수도/기아해법 금융권 압박땐 차질우려까지지난 18일 마이클 잭슨이 무주리조트 투자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방한한 것은 빈사상태에 빠진 국내 경제여건상 부실기업의 자구노력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주)쌍방울과 쌍방울리조트의 화의를 신청한 쌍방울그룹은 국내경기침체와 금융시장교란 등으로 국내에서의 자구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이용규상무는 『자금난에 몰리던 지난 5월부터 무주리조트에 대한 지분참여 형식으로 해외투자자를 물색해 왔고 이중 마이클잭슨이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 내한한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에서 무주리조트에 투자할 기업을 찾기란 어렵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로와 대농·기아·뉴코아등 올들어 부도로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부실기업은 필사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구의 골자는 부동산과 계열사매각, 인원감축, 경비절감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실기업들은 금융권에 제출한 자구노력계획에 크게 미흡한 상태다. 기아그룹은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를 비롯해 1백15건 2조4천8백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내놓았으나 16건 1천3백억원(5.4%)만 처분됐다. 올들어 무려 1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했지만 덩치 큰 부동산 매각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주)진로 등 10개 계열사에 대해 지난 9월 화의를 신청한 진로그룹은 16개 계열사를 매각키로 했지만 고작 2개 계열사만 처분하는데 그쳤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농과 뉴코아, 한신공영 등 부실기업도 자구에 한계가 있어 빈사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IMF 구제금융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로 부실기업의 자구노력은 더욱 어렵게 됐다. IMF구제금융신청 이후 현대와 삼성, 선경등 10대 재벌그룹은 물론 신원과 아남등 중견그룹까지 감원과 조직축소, 한계사업철수, 부동산 매각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로인해 부실기업들은 최소한의 실수요 거래마저 차단될 정도로 실물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실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구조조정에 IMF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IMF가 금융권에 대해 강구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이는 금융권이 일부 기업에 대해 화의보다는 법정관리에 이어 제3자 매각 또는 청산으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솔직히 우리 앞가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며 『많은 부실기업들이 화의를 신청했으나 화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기아해법도 다시 혼미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으로 기아자동차를 공기업화하겠다는 기아사태 해법도 공기업의 민영화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국제통화기금의 반대에 부딪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IMF가 개별 기업들에 대한 문제까지 시시콜콜 따지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금융권을 통한 부실기업에 대한 압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부실기업을 모두 살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살릴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냉철히 판단해야 하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진로그룹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면 ㈜진로와 진로쿠어스맥주만 살리고 모두 매각한다는 비장한 각오다. 뒤늦게 자구노력을 하겠다는 기업들의 몸부림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는게 재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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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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