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우디 테러는 王政에 경고?

왕가·공관인근 표적 勢건재 과시용 추측 테러리스트들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랍인 주거단지를 노린 이유는 무엇일까? 8일 밤(현지 시각) 차량폭탄 테러로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이 다친 리야드 서쪽 알 무하야는 서방인은 물론 사우디인도 별로 많지 않은 아랍계 외국인 거주지역이라는 점이 이런 궁금증의 배경이다. 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오랜 원한 관계로 볼 때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배후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 왜 무고한 아랍계 민간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5월 12일 리야드에서 3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터진 이후 사우디 정부가 알 카에다 잔당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자 이에 대한 반발과 경고를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자폭테러범 9명과 미국인 8명을 포함해 34명이 숨진 리야드 테러는 `사우디의 9ㆍ11` 이라고 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전만 해도 사우디 정부는 국내 테러를 우려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큼 알 카에다와 뒷거래를 해 왔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사우디 정부는 600명이 넘는 알 카에다 잔당을 체포하고 엄청난 양의 무기를 압수하는 등 대대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미국과의 대 테러 공조도 강화했다. 아랍계 외국인이 대다수인 민간인 거주지역을 목표로 삼은 것도 `소프트 타깃(soft target)` 공격 방식의 일환으로 서방인과 어울려 사는 이슬람인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양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알 무하야 주거단지는 인근에 사우디 왕가 사택과 미국 등 각국 외교 공관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알 카에다로서는 테러를 통해 조직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알 카에다가 미국에 협력하는 사우디 왕가를 흔들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동의하지만 목표물 선정은 정보가 잘못됐기 때문일 수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알 무하야는 과거 미국 보잉사 직원이 다수 거주해 일반인에게는 아직 미국의 이권과 영향력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테러전문가인 워싱턴 국제전략연구센터 대니얼 벤자민은 “알 무하야는 테러 공격 지점으로는 가치가 적은 곳”이라며 “이는 사우디 내에서 알 카에다가 정보와 자금 면에서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런던의 사우디 망명단체 `이슬람 개혁운동`은 “자폭테러범들이 과거의 틀린 정보를 범행에 이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미국은 앞으로도 사우디에서 이러한 테러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은신하기 전 사우디에서 수단으로 추방될 당시 미군 주둔을 허용한 사우디 정부와 현재 미국의 대 테러전에 협력하는 사우디 정부의 양상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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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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