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3일] 명품업체의 기부금 '단돈' 만원

0이 4개, 확실히 1만원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품 판매업체 크리스챤디올코리아가 지난해 국내에 기부한 금액이다. 백화점에서 디올 립스틱이 4만원쯤 되니까 립스틱 4분1토막 정도 기부한 셈이다. 지난해 순이익만 7배 늘어난 루이비통은 매출의 0.01% 정도를 기부했다. 구찌그룹도 지난해 매출이 무려 40%나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1%에 불과하다. 그나마 페라가모가 낫다. 페라가모의 기부금 비율은 0.03%이니까.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국내시장에서 짭짤하게 재미 본 명품들의 뒷모습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대면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명품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시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는 없다. 환율과 관계없이 가격이 올라도, 사후서비스가 엉망이어도, 한국에 단돈 1만원만 기부했더라도 여전히 백화점의 루이비통ㆍ디올 매장은 항상 명품족들로 붐빈다. 사실상 명품기업들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해 기업의 지속성장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오히려 기업 본연의 목적인 이익추구에 방해만 될 뿐이다. 정말 오만한 모습이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몇 달을 기다려 신상품을 구입해야 만족하는 명품족들에게 고급 수입브랜드 소비를 자제하라고 외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비주체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의 불씨를 살리는 일이다. 명품이란 본래 시간ㆍ역사ㆍ품질을 수백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재현'한 제품을 뜻한다. 그것에는 명성뿐 아니라 물건을 구매하는 만족감ㆍ가치와 함께 실용성도 있어야 한다. 예컨대 천만원대를 훌쩍 넘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경우 가방으로서의 실용적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가방 주인이 가방을 모시고 다니는 꼴이다. 비록 몇 만원짜리 가방이라도 자체의 기능과 가치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상품이 요즘 젊은이들이 일컫는 '레알(진짜)' 명품일 것이다. 소비자의 자존(自尊)과 의식이 확고해질 때 소위 명품업체들의 '무책임과 오만함'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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