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지수 품목개편으로 본 생활변화

70년대 보리쌀·흑백TV서 비데·찜질방·대리운전비로<br>'3저호황' 80년대 컬러TV·생맥주·학원비 첫 등장<br>'IT붐' 90년대 정부미 대신 車·이동전화료등 추가


‘지난 70년대 보리쌀ㆍ흑백TV, 80년대 컬러TVㆍ전철료, 90년대 자동차ㆍ수입쇠고기, 2000년대 골프장이용료ㆍ찜질방….‘ 본격적인 물가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70년대 이후 시기별로 물가지표에 새로 편입된 대표적인 품목들이다. 이러한 신규편입 품목들과 퇴출 품목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과 일반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끈다. 통계청은 70년 이후 5년마다 정확한 소비자물가 조사를 위해 대상 품목을 교체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인 2005년을 포함해 현재 8번의 개편작업이 이뤄졌다. 편입 및 퇴출기준은 가계소비 지출액의 1만분의1. 그 이상 되는 품목은 새로 포함되고 미달되는 품목은 빠지게 된다. 2005년의 경우 총 793개 품목이 조사 대상이었다. 한국 경제가 산업화로 고도성장을 구가했던 70년대에는 공산품이 대거 편입됐다. 흑백TVㆍ냉장고ㆍ선풍기ㆍ전화기 등 각종 가전제품이 조사 대상에 신규 진입했다. 또 식량증산을 위해 보리 생산이 크게 늘면서 보리도 새로 포함됐다. 반면 시골 장터의 인기 품목이었던 장국밥ㆍ곰탕 등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2차 오일쇼크에서 벗어나 3저 호황을 누렸던 80년대. 80년 처음 생산된 컬러TV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 편입됐다.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전철료와 74년 출시돼 인기를 모았던 초코파이를 비롯, 생맥주 등 식음료품도 대거 편입됐다. 80년대 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사교육의 등장. 외국어학원비ㆍ피아노학원비ㆍ전산학원비 등이 본격적으로 포함됐다. 이에 비해 흑백필름ㆍ흑백TVㆍ고무신ㆍ머릿기름 등 60~70년대 생활 속에 자리잡았던 품목들은 대거 탈락했다. 마이카 붐, 수입품목 자유화, IT 산업 성장으로 대변되는 90년대. 소형ㆍ중형ㆍ승용차와 주차료ㆍ휘발유 등 자동차 관련 상품이 물가통계에 등장했다. 또 수입쇠고기와 수입양주도 이때 처음 편입됐으며 아파트 관리비도 추가됐다. 아울러 90년대에는 IT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동전화료, 무선호출기, 컴퓨터 통신 이용료 등 정보통신료가 대거 포함됐다. 먹고 살기가 한결 나아지면서 국제항공료와 카드 수수료도 추가됐다. 이에 비해 정부미, 맞춤 신사ㆍ숙녀복, 레코드판, 라디오 등은 탈락했다. 2000년대에는 건강ㆍ여가 등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세태가 반영돼 건강식품과 레저 품목 등이 대거 편입됐다. 삼겹살(외식), 맥주ㆍ소주(〃), 아이스크림(〃), 골프장이용료, 전시관입장료, 공연예술관람료, 애완동물 병원비, 비데 등이다. 또 택배ㆍ대리운전ㆍ찜질방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이용료도 새롭게 들어갔다. 반면 레스토랑의 인기가 떨어지고 패밀리레스토랑이 부상하며 함박스테이크ㆍ비프커틀릿 등이 제외됐으며 무선호출기ㆍ전자계산기 등도 밀려났다. 2010년의 개편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DMB, 인터넷 전화기 등이 새로 편입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행이 뒤진 IT 품목의 대거 탈락이 예상된다. 허진호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5년 단위로 여러 자료를 토대로 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품목은 새로 넣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탈락시키고 있다”며 “최근 들어 상품주기가 짧은 IT 품목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대상 품목의 교체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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